어느 주말 저녁에 마운트 망가누이 다운타운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마운트 메인 비치 쪽으로 산책을 나갔어요.
날씨가 더이상 바랄 것이 없이 좋았습니다.
시원하게 바닷바람이 불고요. (바닷가 비린 냄새도 없고, 짠 냄새도 없지요 )
해가 질 때 즈음에 공기는 더없이 맑고 상쾌합니다. 색깔은 약간 노랗거나 붉은 색조까지 푸른 바다 위에 겹쳐지니까
일상적으로 보던 경치도 이 시간 즈음엔 더 멋있게 보입니다.
술 한잔까지 마셨기 때문에 그 감상이 더욱 예민해졌는지, 아니면 이성이 빠진 순수 인간 감성만으로 봤는지 모르겠네요.
"늙어서 집에서 혼자 집보고, 혼자 밥 먹기 싫으면 나한테 잘해!"
요즘 자주 듣는 애교(?)입니다.
그동안 참 많이 읽고, 공부도 한 인생 진리지요.
하지만 어릴적 시골에서 자랄 때도 그렇지만 우리 부모님 곁에서 '그렇게" 보고 자라지 못한 촌넘이라
잘 안됩니다. 사실입니다.
그래서 잘 보고 배워야하나봅니다.
부모님의 그림자를 보고 자란다는 아이들.
그 자식들도 곧 내 곁은 떠나 독립을 하겠지요 .
그 때도 여전히 내 옆에서, 내가 힘없고 늙었을 때까지도 지켜줄 한 사람.
바로 이 사람이겠지요.
언젠가 타임지 표지에 나왔던 커버스토리와 사진을 본 적이 있었어요
"성공한 남자란?" 뭐.. 그런 스토리였는데요.
커버 사진에 예쁜 아내는 바로 곁에, 그리고 우람한 양팔에 귀여운 아들.딸을 안고 , 수트 입고 있는 아저씨 사진이었어요.
당시는 총각 때라
나는 결혼할 수 있을까?
아들 딸을 낳고 한 가정을 제대로 꾸릴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
이런 "진짜 성공"이라는 것이 내 인생 중에 가능할까?
그 땐 '내 가족'이라는 이름.
참 멀고도 어렵게 느껴졌었어요.
이제 와서 생각하니까 그렇게 소중하고 귀한 성공의 잣대.. 바로 "행복한 한 가족!"
오늘도 아빠로서 , 한 남편으로서 아주 사소한 일상과 행복 속에 감사하고 ,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길게 드리워진 네 사람의 그림자가 몇개가 될지 모르겠네요.
나중엔 그렇게 손자.손녀들까지 데리고 이 바다 모래해변에서 같이 놀고
함께 손 잡고 산책하는 날도 오겠지요.
작은 섬과 달.
아마 정월 대보름을 얼마 안남긴 날이었나봅니다.
사진으로는 여기 파도 소리가 들리지 않겠지만 "제주도 푸른 밤" 노래를 들으면서 듣던 파도 소리처럼.
바람과 소리, 공기.
그리고 사람도 거의 없는 늦여름의 일몰시간.
아무 걱정없이 그저 이 '한 가족이 함께 시간이 참 귀하게 여겨집니다.
여기는 바로 뉴질랜드 타우랑가의 마운트 망가누이 해변, 파파모아 해변까지 한눈에 다 보입니다.
경치도 좋지만...
이렇게 '별 탈없이 살고 있는 평범한 한 가족이 어깨 기대면 함께 보낸 저녁 산책이었습니다.
아버님들 오실 때 가끔, 또는 예의상 "저녁식사라도 한번 같이 하지지요? " 하십니다.
"오랜만에 가족들 위해 오셨는데 금쪽 같은 시간... 가족들하고 보내셔요" 라고 사양할 때도 있습니다.
뉴질랜드까지 긴긴 시간 걸려 와서 가족들과 딱 일주일.
정말 금쪽 같은 시간이 되겠지요.
게다가 처음 타우랑가에 오신 아버님이시라면 더욱 그렇고요.
하지만 저한테도 해도 해도 부족한 " 제 가족들과의 시간"이기도 한 것이 솔직한 제 마음이기도 합니다.
사회 생활에 필요한 매너와 예의 그리고 성공.
또는 가족들과의 단란한 저녁 한두시간.
저도 바로 후자를 위해 뉴질랜드 이민을 결심한 한 남편이자 두 아들의 아빠이거든요.
술 한잔에 여러 생각 들었던 저녁 해변 산책이었네요.
'로빈과 휴네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질랜드 스포츠 정신 - 이래서 자랑스럽다 ! (0) | 2015.04.02 |
---|---|
뉴질랜드 타우랑가와 마운트 망가누이, 아무리 봐도 멋져요 (0) | 2015.03.08 |
뉴질랜드 타우랑가에서 스노쿨링하긴 이 바다도 좋아요 (0) | 2015.03.05 |
뉴질랜드 로빈과 휴네집, 어느 나른한 일요일 오후에 (0) | 2015.03.02 |
여기 별로 비추천 - 타우랑가의 RYE 레스토랑 (0) | 2015.0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