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과 휴네집

[스크랩] 뉴질랜드 선데이 로스트밀과 커피빈 갈기

Robin-Hugh 2017. 10. 31. 06:40

뉴질랜드에서


며칠전에 로스팅된 커피빈 2.5kg을 샀는데요. 

집에 전동 글라인더가 없어서 손으로 조금씩 갈아 마셔보자, 그래야 커피 향도 좋고.  

바램은 이러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손으로 가는 이 단순 노동... 쉽지 않네요. ㅎㅎ


카페에서는 보통 플랫 화이트를 마시지만... 집에서는 간단하게 플런저로 커피 내려 먹는 편입니다.

신맛 보다는 약간 단맛이 나는 커피를 좋아하는데  이 원두를 얼마나 곱게 갈아야 신맛과 단맛의 중간쯤으로 나올까?

이리 해보고, 저리 해보고... 

그러다가 팔에 쥐나기 시작합니다.  


머리가 복잡할 때는 이렇게 단순하게 한 곳에 집중해서 놀기. 

나쁘지는 않은 듯합니다. 




집에서 쉬는 주말에 웰컴베이 집 앞에 위치한 Palmers Garden Centre에 갔어요. 

저는 점심 때 따뜻한 우유가 들어간 플랫 화이트 한잔을 하고 싶어지고.. 

둘째는 아르바이트 하러 나갔으니 

큰 녀석은 간단한 빵 한개를 점심 테이크어웨이로 주문을 하네요.  


"그래 . . 너는 공부하거라...  아빠는 빵 배달을 해주마"" 

이거 잘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제가 커피를 마시고 싶었으니 어쩌겠어요.. 


날씨는 따뜻해지고 가든센터에 꽃도 만발하고, 나무도 많고. 

그리고 이제 집집마다 상추며 고추며 오이며 가지며...  베지가든에 심을 모종을 사갖고들 가시네요. 부지런하게들 사는구나. 

아이들 데리고 나와서,   

강아지도 데리고 나와서 나무. 꽃, 야채 모종을 사가는 사람들. 

하늘은 약간 흐리지만 그 사람들은  오늘도 뭔가를 합니다. 





얼마전에  한 작가가  "스페인 남자들"에 대해서 써 놓은 글을 보다보니... 

" 스페인 남자들은 인생 중에 꼭 세가지는 해야된다.  

 아들을 한명 낳아야 하고, 한 그루 나무를 심어야 하고,  그리고 책을 한권 써야된다" 

 


제 주위에 책 출간하는 친구들, 동료들은  많은데,  (그 책부터  좀 사줘야되는데 ..._ )

그들과 이미 동떨어진 - 신세계(?)에서 살고 있으니,  스페인 사람도 아니니까  그럴 듯한  변명은 될까요?....


나중에 혹시 혹시..  늙어서 힘은 빠지고,  입만 살아남아서.  

아니면 사람들 좀 덜 만나며,  

온통 꽃과 나무, 하늘과 바다만 보이는 곳에서 살게 되는 그런 날이라면 모를까 말이지요. 


곧 날 좋은 주말에 다시 와서 

야채 모종이라도 몇개 사다가 우리 집 뒷편 베지 가든에 심어야될까 싶어요. 





뉴질랜드 선데이에는 시간 많이 걸리는 로스트밀을 푸짐하게 해서 가족들끼리 저녁을 먹는 것이 이 나라 사람들. 영국사람들의 전통. 


요즘 세대엔 누간 오븐에 3-4시간 이상... 아니면 하루종일 정성을 들여서 집에서 로스트 밀을 만드시나 했는데요. 지난 일요일 저녁에는 친한 분들이 그렇게 한 가족처럼 모이는 자리에 갔었네요. 


마침.. 남섬으로 긴 여행을 떠나는 영국의 젊은 친구들과도 작별하는 가족들과 함께요.  


와인 한잔에 집에서 정성스럽게 요리한 로스트 치킨과 야채,  

그리고 맛있는 디저트까지.


뭐..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지만  내년부터는 전통 뉴질랜드 요리 강습(Cooking Class)를 해보면 

어떨까?  장소는 어디로 할까?  학기별 10가지 요리와 디저트는 무엇으로 하면 좋을까? 

우리 조기유학 가족들, 엄마들을 위한 그런 새로운, 영어도 함께 배우고, 레시피도 챙기는 

"뉴질랜드 요리 교실"에 대한 아이디어도 나눴고요.   


사람 사는 세상,, 

만나면 헤어지고, 또 어디에선가 다시 또 만나게 되겠지요.  


작별 인사와 감사를 정성스럽게 손 글씨로 카드에 적었고... 

작은 뉴질랜드 기념품까지 떠나는 직원들에게 선물로 주시는 분도 그렇고,    

이런 선물에 더 큰 감동을 먹고 울먹이는 영국 젊은이들 보면서.. 

사람 사는데 뭐 대단한 것이나 큰 것이 필요할까? 


사람을 평가하며 주위를 관리하고, 

내 사람, 저 사람 굳이 구분하면서 살 필요가 있을까?  

이렇게 따뜻한 마음 한가지만 있으면 서로 감동하면서, 행복하게 어울려... 

세상 사는 맛이 좀 달라지겠다 싶은 생각도 새삼 느껴집니다. 


그냥 그냥 반복되는 하루 하루 일상 속에서 

나는 오늘 누구를 감동시킬 수 있을까? 

누구한테 한번 더 웃음을 줄 수 있을까? 

그 사람과 나의 관계가 조금 더 특별해지는 그런 작은 정성과 마음 충전하기.  

중요한 것은 내가 먼저요.. 


곁에서 보는 제 마음까지 훈훈했던 뉴질랜드 선데이 로스트밀 디너 였어요.  ^^ 



출처 : 뉴질랜드 타우랑가 이야기
글쓴이 : Robin&Hugh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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