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타우랑가의 마운트 망가누이 해변.
오랫만에 나가봤네요. 뭐가 할 일이 그리 많고. 아니면 게을러서인지.
정작 뉴질랜드로 이민을 올 때는 이런 멋지고 아름다운 해변에서 매일 바다를 보면서 살겠다 싶었는데
탁 트린 수평선과 텅 비어 있는 하늘만 봐도 속이 시원해집니다.
정화되어야할 눈도 아니지만 컴퓨터, 휴대폰 모니터를 들여다보면 촛점도 무한하게 뻗쳐나갑니다.
아무것도 눈에 거슬리는 것이 없어요.
아이들과 그런 이야기를 하면 해변을 걸어다녔습니다.
"산 정상에 갈래? 둘레길을 돌래? "
아이들이 "그냥 모래해변이나 걷지요" -- 휴가 말합니다.
아빠는 날씨가 좋아서 오랫만에 마운트 산 정상에 올라가면 좋겠는데..
모든 가족들이 함께 편안하게 이야기하며 걷자는 - 힘이들면 안되니까요 - 마침 썰물 때라 드넓어진 백사장으로 내려갔지요.
아직은 겨울입니다만 서핑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휴는 잰달을 벗고 물에 들락날락.
꽃게도 많을텐데.. 하는 아빠의 욕심도 버리고,
오늘은. 지금은 가족들 얼굴을 다시 더 보고,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로빈이는 엄마 어깨에 손을 올리면서 엄마 살갑게 챙겨줍니다.
휴는 온갖 짓을 다 하면서 아빠를 웃겨줍니다.
아이들은 커가고, 우리 부모들 가슴은 자꾸 비워져 가는데
오늘은 그 빈자리를 아이들 웃음으로 채워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작아도 너무 작은 서명이 생각이 나더군요.
"한국을 찾은 교황은 서울 광진구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를 방문해 한국천주교주교단을 만난 자리에서 큰 크기의 방명록에 비해 아주 작은 서명을 남기고 미소 지었다. 이후 주교단은 강우일 주교가 이를 들어 보여주자 웃음을 터뜨렸다."
저런 공간에 들어가 있으면 딱 그 생각이 들어요.
사람이 정말 작아보여요. 한 점뿐인 듯합니다.
나머지 빈 여백, 무한한 공간을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사람 관계. 돈, 시간 ?
무엇이 무한한 것일까? ...
아직은 잘 모르지만 지금 가족들끼리 함께 웃으면서 눈부시게 아름다운 해변을 함께 걸었던
이런 행복한 추억들이 아닐까 싶어요.
광활하고 드 넓음. 탁 트인 경치를 보며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답답해진 근심, 마음부터 털어내고,
오늘은 잔잔한 바람까지 부네요.
그 바닷 바람에 머리카락 속도 비우고. 좁은 가슴도 더욱 넓고 크게 비워봅니다.
그동안 자꾸 쪼그라들고, 눈앞에 보이는 것에만 안절부절하며 살아가는 내 하루하루에
눈이 시리게 부신 투명한 공기와 햇살. 푸르름. 대자연이라는 저기 드넓은 수평선을 마주 보고 있으면
겸손해지자. 오만해지지 말자.
늘 감사하자. 그리고 인생을 조금 더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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