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나 지나면 좀 편해지나요? "
영어가 언제쯤 되면 별 불편없이 쓰게 되더냐는 질문인데 뭐라고 딱하니 답해줄 말을 없었다. 1년이 지나도 내가 뭐 더 많은 영어단어를 구사하게 되는게 사실 결코 아니었고, 단지 얼굴이 좀 두꺼워 졌을 뿐이며, 키위들이 좀 만만해진다는 것이 마치 영어실력처럼 뵈는게 아닐까 싶다. 결국 그이들도 똑같은 사람이니 사람사는 세상은 다 마찬가지라는 단순한 진리...
난 요즘 들어 참 많은 분들을 만나게 되어 행복해하는 중이다.
개인적인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아하는 성향 때문에 단단히 작정을 하지 않으면 누굴 만나 사귀기도 쉽지 않는 성격....(뜨악 이시점에서 떠오른다 큰맘먹고 점심약속을 어렵게 잡았는데 홀라당 까먹고 그분들을 타카라에서 바람 맞힌 기억...줄곧 자학중입니다.. 이것도 변명이라고..T.T.)
만남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그래, 다른 사람들도 지지고 볶는구나ㅋㅋ, 나도 보통은 가는구나, 동감하면 그저 시간죽이기 수다타임일지라도 푸근하게 남는게 있다.
타우랑가에 유학온 한국여인들 치고 속된말로 별스럽지 않은 사람은 없다. 아이들을 데리고 이 먼 이국땅으로 나온거 자체가 보통 용기는 아니니까. 늘 새록새록 느낀다.
나처럼 그냥 그런 보통 아줌마들로부터 시작해서,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학구열을 불태우는 엄마들, 드러내지 않고 빛을 발하는 엄마들, 그리고 당당히 이국땅에서 정착을 계획하는 열혈 여장부들도...
어제 어떤 분의 초대로 참 좋은 사람들과 긴 시간을 보냈다. 우리를 초대해준 분은 손수 따뜻하게 구운 빵과 고기를 대접해주셨고, 긴 시간 계속되는 대화속에서도 줄곧 서로를 배려하며 서로의 말에 진솔하게 귀기울였다.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각자의 목적지나 추구하는 바는 달랐지만, 함부로 평가하지 않고 비판하지 않았다. 자신을 낮추고 자신이 가진 지식을 서로에게 조심스럽게 조언하고 격려하려고 애쓰는 그런 분들이었다.
1-2년 단기 유학으로 딛은 타우랑가라는 땅에서 어떤이는 한없이 좁은 우물안에서 살게될 수도 있고, 어떤 이는 남들이 상상도 하지 못하는 엄청난 경험을 하고 사는 엄마들도 있는것 같다. 정착 초기의 말못할 고충을 남몰래 이겨낸 스토리도 가지각색이다. 그리고 이미 키위들의 삶 속에 깊숙이 스며들어 뉴질랜더로서로도 손색이 없을만한 반 외국인이 된 여인들도 있었다. 정착 선배로서 진심을 담은 배려가 어떤 이로부터는 은혜를 모르는 배은망덕으로 돌아와도 질끈감고 감내했던 분도 있었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서로 모르는채 이곳에서 만나는 엄마들에 대해 겉모습으로 쉽게 판단했다가 기암을 했던 기억도 있다. 많이 담긴 사람일수록 입이 무겁고 한치 손해를 봤다해서 기를 쓰고 들이대는 짓을 삼가는 법이란걸 새삼 실감한다.
집에 돌아와보니 왠지 마음이 가볍고 에너지가 샘솟는다. 가구 배치도 다시 하고, 부엌 찬장도 새로 정리 해야겠다. 아이들 학습 계획표도 다시 짜고, 도시락 메뉴도 찾아봐야지.
밥하고 청소하고 애들 태우고 이리로 저리로 왔다갔다 하면 지고 마는 하루하루를
처음 왔을 때의 초심을 찾고 다잡아 보아야 겠다.
10월부터 들어가는 테솔코스가 개강전부터 시험과제를 냈다. 100페이지가 넘는 원서교재 한권을 다 풀고 개강 첫날부터 시험이란다. 뭐든 이뤄내려는 목표를 가진 엄마들을 만나게 되니, 다시 타우랑가 생활이 한층 더 업되는 기분이다. 문제는 노쇄해가고 있는 나의 뇌세포가 과연 이 엄청난 인풋들을 감당해 낼지가 관건이라는...
또 한주가 시작된다.
세상에서 일주일이 가장 빠른 곳은
바로 여기 타우랑가다. ㅎㅎㅎ
미술학원 해리슨갤러리 에서
YEAR 0 유정이 교실풍경
하교 표정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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