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사무실 주차장에 나가 서성이다... 얼마전에 가벼운 접촉사고로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깨졌던 차가 보인다.
말끔하게 고쳐졌나 살펴보려고 가까이 가보니..
타우랑가에서 조기 유학차 머물고 있는 딸과 손자 댁에 오셔서 몇달간 함께 지내고 계시는 외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차안에 계신다. 두분이 차에서 나오시면서 반갑게 인사를 주신다.
"안에 들어오셔서 따뜻한 차 한잔 하시죠? 어여 들어오세요~ " ...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우리 한달쯤 있으면 한국으로 돌아가는데 여기 딸과 외손자 잘 부탁합니다" 하신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
"외국에서 살기 힘들텐데 ... 참 좋은 일 하십니다. 타우랑가 시장이 표창이라도 합니까?"
"당신이 타우랑가 시장한테 편지라도 써 보내봐요~~" 할머니가 옆에서 거드신다!
뉴질랜드 할아버지 친구랑 너무나 행복하게 지내시던 재우네 할머니께서도 타우랑가에 계시는 동안 사무실에 오시면 꼭 하시던 말씀이다. 요즘에도 한국에서 타우랑가 딸네로 소포 보내실 때 '귀한 선물' 하나는 꼭 챙겨보내주신다.
황송할 따름이다.
다 제 먹고, 제 가족 멕여 살릴려고 하는 짓인데... 어른들이 그렇게 봐주시니 참으로 황망하기도 하고,
내가 여기서, 지금 뭔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다시 한번 되새겨보게 된다.
잠시라도 사무실에 짬이 나면 배사장님, 올리브 영어 선생님과 함께 모여..
이번 7월에 도착하는 새 가족들 준비 대책회의가 시작된다.
그리고 올 연말에 한국으로 귀국하시는 많은 가족들의 귀국 세일과 정리를 어떻게 할지?
또 12월 - 1월에 한국에서 새로 입국하실 가족들에 대한 준비 이야기를 풀어본다.
몇가지 새로운 아이디어로 옥신각신.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올리브 선생님 "이런 것은 어때요?"
배사장님,,, 연륜에 맞는 각가지 원인 분석과 대책을 쏟아내신다.
우리의 결론은 언제나 "지금까지 잘 해오고 있고, 또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잘하자! "
오후 늦게 한 어머님이 영어 수업중인 딸을 기다리면서 즉석 비지니스 컨설팅 특강이 이뤄졌다.
(이런 저희 사무실 분위기 익숙하시죠?)
한국에서의 오랜 유치원 원장 선생님 경험을 곁들이면서 열강하신다.
우리 보고 나이가 들었으니 이제 은퇴할 때가 된 것이 아니냐? (사실 자기도 동년배다!)
늙다리 아저씨들이 요즘 신세대 엄마들의 마음을 알겠느냐?
외국에서 너무 오래 살았으니 요즘 자녀들 교육에 열성인 젊은 부모님들 변화에 제대로 따라가고 있냐?
이런 문제가 있고, 저런 문제도 있었는데...
앞으로는 더욱 똑바로 하시라... ㅎㅎㅎ
(주부사원 채용 면접 보는 중으로 착각될 분위기다. 사실 요즘 사무실로 한식 점심을 바리바리 갖고 오시는 분들이 적어진 것만 봐도 신구세대 변화는 실감할 수 있고, 지난 여름 친절했던 우리 남.녀 아르바이트 대학생들의 인기도를 미루어볼 때 각성해볼 일이다. )
그래서 "해결책이 뭐요?" 배사장님이 물어보니
"사람하는 일에 뭐 정답이 있겠어요... 사람마다 다 다른데... "ㅋㅋ
가장 촛점이 된 것은 '돈을 주고' 받게 되는 서비스!
돈을 주고 일을 맡겼으니까... 그만큼의 대접을 받아야 되고, 그것도 아주 친절하게 받을 자격이 있고,
(내 심각한 표정이 제일 문제라고 한다! 웃어야한다! )
우리 가족들만을 위한 아주 특별한 혜택도 보너스로 기대하게 된다는 것!
맞다!
진짜로 맞는 이야기다.
그렇게 하려고 참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하고 있는데 아직도 한참 모자란 모양이다.
그래도 나름 우리 입장에서 핑계도 찾고, 변호도 좀 할려고 사실 이렇게 밤 늦게 앉았다.
손님이 많아지다보면 이런 사람, 저런 사람 각양각색일 것이라고 자기 위로도 해야할 판이다.
게다가, 앞으로는 우리 '서비스'를 받을 손님도 좀 꼼꼼하게 가려야 되겠다는 생각까지로 커진다.
이제 타우랑가 지역 학교에 한국 유학생이 입학할 자리도 점점 모자라는데...
(새로운 학교를 계속 접촉하는데 유학생 입학 허가를 교육부에서 받는데도 시간이 한참 걸리는데다가..
심지어 해외 유학생이 돈 싸짊어지고 온다고 해도 별 관심이 없는 좋은 학교도 있다. 게다가 우리가 예상하는 타우랑가 도시 규모 대비 최적의 한국인 가족수에도 신경이 쓰인다. 나 자신조차도 타우랑가에 너무 많은 한국인들이 모여 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만 학생 성적표 보고, 입학 시험보고, 인터뷰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도 비싼 유학생 학비를 받는다! 물론 그분들은 국가 자격증이 있고, 우린 자격증이 없긴하다!)
우리도 타우랑가에 올 가족들 인터뷰부터 면밀하게 하면서...
우리 서비스를 받을 자격이 있는 손님부터 우선적으로 선정해야겠다는 생각까지 - -- 잠시 맹랑하게 든다.
배부른 소리가 될까?
건방진 소리가 될까?
타우랑가에 과연 떼 돈 벌러 온 것인가?
이 일 아니면 할 일이 없을까?
요지는 이렇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마음을 주고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 자격 있는 분들만 오셨으면 좋겠다.
서로 통하는, 그렇게 마음이 통하는 가족들이면 좋겠다.
내 주장과 요구만이 아닌, 상대방도 이해해주고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가족이었으면 좋겠다.
싼게 비지떡이 될지, 비싸다고 명품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것은 주거니, 받거니 양측의 신뢰와 상호 협력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진주 목걸이를 어느 목에 끼면 더 아름다울까?
진주가 그 영롱한 빛을 발하느냐, 아니냐는 바로 그 주인에 달려있기 마련이다.
누가 주어야 하고, 누가 받아야 하는지를 자꾸 구별하자면, 자꾸 따져본다면...
모두가 패자가 될 수도 있다.
사람마다 다 개성과 요구가 다르니까..
그 개인에, 가족에 딱딱 맞게 미리 알아서 척척 하면 얼마나 좋으련만,
신이 아닌 이상 - 불완전하고 어수룩한 인간인지라 - 어쩔 수 없는 실수와 구멍도 생기게 된다. (전적으로 핑계!!!)
그래서 대화가 필요하다.
무슨 일이든 자주 만나서 허심탄회 - 열린, 솔직한 대화가 필요하다.
뒷담화는 딴 동네로 보내버리고.
서로 마음을 열고, 따뜻하게 대화하며 고민을 나누며, 함께 시원하게 해결하면 될 것이다.
잠시 여행 왔다... 일주일만에 휙 돌아보고 가는 뉴질랜드 단체 관광객과 현지 가이드 관계가 아닌 이상...
가끔 싫기도 했다가, 좋기도 했다가... 밉기도 했다가 고맙기도 하면서...
그렇게 그렇게 인정이 쌓여가면서 1년, 2년, 3년을 이 좁은 땅 위에서 얼굴 마주보며 살아야 되는 사람들이 아닌가?
주절주절...
또 ...
아무튼 내일부터는 나도 한 유머한다는 것과 웃을 줄 안다는 것을 힘차게 보여주자!!!!!
Sleep tight ~~
(타우랑가 갯바위에서 낚시하다 본 범고래떼... 갑자기 뉴질랜드에서 제일 큰 향유고래 보러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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