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며칠 마음이 푸욱 가라앉아 무엇을 하든 얼굴에 바로 나타나게 되니까 낯빛이 별로 안좋다.
내가 봐도 그러니 사실 옆에서 보는 사람들 모두 불편할 것이다.
원바탕 생긴 것이 그런 것이라 물론 전에도 그랬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이다.
불친절하다. 얼굴에 웃는 상냥한 기색이 별로 없다! (지 자식들 볼 때만 빼고)
그래서 나 자신이 원래 불만스럽다.
격려해줄 니 편, 내 편을 따질 필요도 없다. 원래 편짜기를 좋아하지 않는 혼자였고, 또 혼자여야 하니까...
그래서 며칠째 눈 비벼가면서 침대맡에 호롱불 켜고 우리 사무실에 있는 서고 책을 몇권씩 집으로 날라와 읽는다.
따분한 세계 역사며, 과장되게 흥미를 끌어내는 소설이며, 잡다한 신들의 이야기에, 그리고 산문까지...
어쩌면 여기서 내가 하는 일이라는 것이 늘 끝고 없고, 할 일과 해야되는 일은 도대체 줄어들줄 모르고 계속 불어나는 것이니
차라리 끌려가지 말고, 나름의 삶의 패턴을 만들자고 고민고민하던 요즘.
가끔은 도망을 가자.
아무 것도 생각하지 말자.
어차피 지난 결정이거든. 그러니 관두고 잊어버려.
하고 싶은 것 다하고 사는 사람 어딨어?
나도 포기하고 체념하고 ... 그런 것들을 가릴 지혜도 있잖아 하면서 위로하는 날들.
어젯밤엔 꽝하고 내 머리를 다시 또 꽝 치는 것을 발견했다.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 잘 아시겠지만 공지영 작가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이지만
자꾸 자꾸 나 스스로에게 나는 이런 '불화살'을 날리고 있다.
나 자신을 피고석에 앉혀놓고, 배심원석은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가득 채우는 내 요즘의 자작극!
과연 나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배심원들은 누가 다 버렸는가? 바로 내 자신이다.
충고 대신에 따뜻한 위로를 해주는 사람들을 누가 다 잊어버렸나? 바로 내 자신이다.
칭찬은 속삭임으로 바로 잊혀지고,
불만과 비난만은 마치 미친 천둥처럼 오랜 시간 내 머리를 점렴해버린다.
먹고 사는 것이 급해서 뭐가 삶이고, 뭐가 인생의 의미고, 뭐가 기쁨이고 행복인지 자꾸 자꾸 까먹는 하루하루...
고양이 얀과 건달물고기 카와카마스 동화는 그야말로 '어이없음'과 함께 내가 바라는 바로 그 해답도 준다.
"만일 그대가 카와카마스는 늘 꾸기만 하고 꾸어 간 것들을 갚을 줄도 몰라 교활하다고 여긴다면,
그것은 그대가 조금 지쳐있다는 증거다.
우선 오늘 하루는 학교를 쉬어라."
그래 오늘은 쉬자.
사무실도 일주일 문을 닫았는데...
또 쉬기 시작하는 첫날에 이렇게 다시 카페에 글을 쓰면서도...
굳게 굳게 약속한다.
"어떤 삶을 살더라고 나는 나를 계속 놀게 할 것이다!"
될런지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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