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토의 수수께끼
이탈리아 포자지방의 ‘로제토 포르토레’ 마을 사람들이 입에 풀칠하던 농노의 삶을 청산하기 위해 1890년대 미국 뉴욕으로, 또 다시 펜실바니아로 단체 이주해 살게 된다.
성당,수녀원,학교,공원,공동묘지와 빵집,식당,술집도 열었고, 블라우스 공장도 12개가 넘는 등 모두가 열심히 살았다. 이 미국내 작은 이탈리아에서 들리는 말은 로제토 시골 사투리가 대부분이었고 나름의 고향 전통을 이어가고 있었다.
1950년대 인근 지역 의사 봉사에 참여한 한 의사는 ‘이 로제토의 사람들은 65세 이전에 절대 심장마비로 죽는 사람이 없다’는 소문을 듣고 그 마을을 찾아간다. 당시 미국은 심장마비가 65세 미만의 남성 사망원인 중 선두였다.
이 의사들은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이 마을의 의학적 예비연구에 착수했다.
우선 이탈리아식 식습관을 버리고 이미 미국식 식단에 길들여진 상태였으므로 식생활이 주된 이유가 아니었다. 지역도 살펴봤는데 비슷한 동부 언덕에 사는 마을과 비교해도 별다른 이유를 찾지 못했다. 요가나 운동에는 관심도 없었고, 담배를 뻑뻑 피워대며 비만과 맞서 싸우는 사람들도 있었다. 유전적 요소에도 다른 미국 지역에 사는 로제토 출신 사람들의 심장마비 사망율과 비교해봐도 훨씬 적었다.
식생활도 아니고, 운동, 유전, 지역도 아닌 이 로제트 마을의 건강 비결은 무엇일까?
비밀은 로제토 마을 자체에 있었다.
로제토 사람들은 서로 방문하고 길을 걷다 잠시 멈춰 잡담을 나누고 뒤뜰에서 음식을 만들어 나눠먹는다. 마을 전체 사회의 저변에 깔린 일종의 ‘확장된 가족집단’에서 그 이유를 찾게 된다. 한지붕 아래 3대가 모여 사는 집이 많았고, 나이 든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다, 성당에서 사람들은 결속되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오래된 미래> 책 속의 라다크 사람들과 비슷하다.
고작 2000명이 사는 마을에 시민들의 커뮤니티 모임은 22개가 되었고, 이들 공동체의 평등주의적인 정서가 부유한 사람들로 하여금 거들먹거리지 못하게 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즉, 강력한 사회적 안전망이 구축되어 있는 ‘공동체’ 개념이 있었기 때문에 미국 한 언덕 위의 작은 이탈리아 사람들은 건강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사례는 ‘성공’의 비밀에 관한 책 아웃라이어(Outliers. 말콤 글래드웰 저, 김영사)의 서문에 나온다.
Outliers는 (1) 본체에서 분리되거나 따로 분류되어 있는 물건 (2)표본 중 다른 대상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통계적 관측치라는 뜻이다. 즉 ‘성공한 천재’들을 일컫는 말로 사용된다.
저자는 한 개인의 성공을 단지 IQ, 유전적 특징뿐만 아니라 그들이 속한 문화와 유산, 가정환경, 태어난 시기, 동시대의 사람들의 문화와 물결 등에 대해 이해할 때 좀더 확실해질 수 있다는 것을 구체적인 데이터를 들어 아주 쉽게, 잘 설명하고 있다.
책의 1부에서는 이런 내용이 펼쳐진다.
캐나다 아이스하키 선수 중엔 왜 1월생들이 유난히 많은가?
학년을 나누는 여러 나라의 교육제도 – 즉 몇월생부터 학년을 나누느냐?
노력도 필수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약 10년간, 1만시간 피나는 연습이 반복되어야 한다.
머리가 똑똑한 아이들보다는 ‘실용지능’이 필요하다.
가정의 ‘집중 양육’이 필요하다.
왜 유태인 이민자들이 미국의 법조계를 휠쓸었나?
모짜르트는 진정 위대한 클래식 신동인가?
천재는 정말 타고나는 것인가?
사회적 환경과 기회, 시대를 잘 만나야 된다. 행운이 필요한 대목이다.
책 2부에서는 개인 속에 내재된 선조들의 문화적 유산, 전통과 관습 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성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되는지 이야기한다.
대한항공 비행기 괌 추락 원인을 기장과 부기장의 관료적 권력 상하관계라고 분석한다. 즉 2002년 월드컵에서 히딩크감독이 선후배간 ‘수평적 관계’로 팀 분위기를 확 바꾸고 성공했던 일화를 떠오르게 한다.
또 아시안들이 수학을 잘하는 이유는 ‘수’에 있다고 얘기한다. ‘일이삼사’라는 짧은 발음과 수 조합의 논리적 통일성이 영어의 복잡한 수 표기에 비해 쉽고 간결하기 때문에 아시안들은 수학에 강하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쌀 농사에 필요한 노력과 열정 – “매일 아침 해뜨기 전에 일어나야 밥을 먹을 수 있다’는 동양 정서를 꼽으며 아시안들의 성공은 어쩌면 당연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성공과 우리 시대의 최대 목표 ‘행복’이라는 것은 다를 수 있다.
빌 게이츠가 성공했다고 해서 꼭 행복한 것은 아닐 수 있다. 또 행복하다고 다 성공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자녀들을 어떻게 ‘성공’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부모들도 꼭 한번을 세심하게 살펴볼만하다. 부모들의 역할은 쉽게 정리된다.
자녀들에게 많은 관심을 갖고, 좋은 환경과 여러 기회를 만들어줘야 하며, 자녀들 스스로 1만시간 노력할 수 있게
부모는 인내심을 갖고 ‘재밌고 가치 있는 일’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점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성공’이라는 화두보다는 로제토 마을의 ‘건강 비결’에 끌린다.
우리 뉴질랜드 타우랑가에 모인 한국 사람들이 미국의 작은 이탈리아를 건설한 로제토 사람들처럼 모두가 건강하고, 즐거운 ‘확장된 가족개념의 공동체’를 만들고 그 속에 담긴 모든 사람들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꿈을 꾸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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