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과 휴네집

오가면서, 살면서

Robin-Hugh 2010. 11. 7. 20:32

 어린 송아지들입니다. 커서는 우리 먹을 우유를 잔뜩 짜내어줄 녀석들이겠죠. 


  서쪽 산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이 참 여러 갈래로 뻗어 있고요, 

어느 길로 올라가나 멋진 집에, 넒은 키위, 아보카도 과수원에 마냥 부럽기도 하게 되는데요. 

 내려오는 길엔 어김없이 멀리 마운트 망가누이 산이 보입니다.

 

 산이 좋은가요?

바다가 좋은가요?

아니면 바다가 보이는 산속이 좋은가요?



목장을 할까?

당신이 할줄이나 알아? 

나도 어렸을 땐 시골에서 소 꼴 멕이고 그랬는데....

그게 그거랑 같아? 

 아니면 말고... 


 내 사는 모양이 참 좁기도 한데 파란 하늘에 흰구름만 허허둥둥 떠 있네요. 



아카시아 꽃들도 이제 만발하고, 저희 집 데크엔 등나무 하얀꽃이 무성합니다. 

이 등나무를 보면 비비 꼬여서 데크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데 참 고약하고 질긴 녀석들이네 하면서도 

이 흰꽃만은 유독 눈길이 갑니다. 

 

나는 하얀 옷을 언제 입어봤든가?

하얀 와이셔츠를 입어본 기억?

 

아카시아 하얀꽃으로 만든 시루떡이 왜 생각이 날까? 

달짝지근함같은데...  

초콜릿에 길들여진 요즘 입맛으론 도저히 그 맛을 기억해내지 못할 듯합니다. 



로빈 윌리엄스가 아빠로 나오는 영화 'RV'를 텔레비젼으로 보면서... 

배부르고 편하고 없는 것 없이 사는 것보단 역시 없어서 부대끼고, 온갖 고생을 함께 하면서 크는 것이 좋지 않을까?

온갖 고생. 

갖가지 에피소드. 

여러 이야기 꺼리.


나눌 이야기 꺼리도 적어지고, 

함께 이야기 나눌 친구도 적어지고...

자꾸 적어지고, 없어지는 것들 속에서 

 

나는 늙어 누구랑,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오늘이 엊그제 같고, 또 내일이 오늘 같다면 무슨 이야기가 남을까?


그래서 올 여름엔 뭔가 이야기 꺼리, 추억을 하나 더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캠퍼밴이든 캐러밴이든 빌려서 아빠랑 모험을 해보자...   응?" 


"두밤은 캠퍼밴에서, 한밤은 호텔에서 자도 되는거죠?"  



 밤늦게 걸려온 전화. 

"아무래도 넓은 공원으로 나가서 불꽃놀이를 해야겠네요...."  

 

그래서 신이 난 녀석들입니다. 

 작은 녀석들은 '폭발물이 터질 때 행동요령 처럼' 무섭다며 잔디밭에 귀를 막고 누워버리기도 하는데 

 로빈이는 오랜만에 불장난 많이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