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과 휴네집

비오는 날의 산책과 낚시 - 카우리 포인트

Robin-Hugh 2010. 8. 8. 05:31

행사 날짜를 잡아놓고, 막상 당일 비가 내리면 어떻게 할까 고민고민 많이 하는데  이번엔 취소하지 않고 

그냥 다녀오기로 했다. 

어차피 아빠들이랑은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낚시하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을 것이고, 
뉴질랜드 날씨가 얼마나 변화무쌍한가? 가보면 혹 간간히 비가 그치고 햇살도 비칠지 모르지 하는 희망을 갖고...

결론은 거의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부슬부슬. 
비가 오니 바닷가 경치는 그동안 보지 못한 새로운 풍경이었고, 
날씨와 따라 시간에 따라 세상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어느 분은 밤에 이 낚시터에서 본 은하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니)
게다기 아이들은 비가 오는 것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날씨는 포근한 이른 봄날 - 어느새  온갖 색깔의 목련도 활짝 피었다. 
여기 뉴질랜드에 살면서도 내 집 앞, 내 사무실만 다니다 보니,,, 
세상에 겨울이 가는지, 어떻게 봄이 오는지조차 잘 모르고 사는 것 같다.
산속의 팬케이크집 카페 처마 밑에서 구름에 덮히고, 비를 맞고 있는 앞 산을 보며 앉아 있자니... 
바로 옆에 집들이 올망졸망 모여있는 동네보단 역시 이런 산 속,  물 흐르는 소리 가까운 계곡에서 마음이 편하고 좋다. 

 '꼭 해야될 일'과 '하지 않아도 될 일', 그리고 '해서 좋은 일'이라도 얼마큼 적당하게 해야 될지 등에 대해 더 고민하게 된다.
'하지 않아도 될 일' 때문에 꼭 해야 될 일이 자꾸 뒤로 가는지?
그렇다면 꼭 해야 될 일은 무엇인지?
늘 의무적으로 모든 것이 꼭 해야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이것도 자기 할 일이라며 하고 싶은 것만 골라서 살고 있는지? 
혼자만의 욕심과 환상으로, 단순 자기만족을 위해서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정작 아이들은 비가 오는지, 그쳤는지 별 신경 안쓴다. 

지금 밖에서 놀고 있는지, 잡혀서 공부하고 있는지가 다를 뿐인가? 



나무에서도 비가 내린다. 
바다위에도 비가 내린다. 
바람이 거의 없으니 참 다행이다. 

세상이 흑백으로 보인다. 

그리고 몇 사람들. 
세상 천지에 저기 몇 사람들. 


저 다리 끝엔 뭐가 있을까?

아무도 없는 저기 너머엔...  

세상에 나 혼자? 



다시 삶으로, 사람들 사는 동네로로 이어지는 다리... 


빗방울 후두둑 떨어지는 소리에 정신이 든다. 

우리 아이들도 있고.. 


아빠랑 이렇게 다닌 것도 다 기억하겠지..

그날... 비가 오는 날에 갔잖아 하면... 



여름에 오면 저 빨간 꽃나무 활짝 핀 나무 그늘에서 쉬어볼만 하겠다. 

바닷물도 얕아 아이들 물놀이하긴 좋은데

우리 아이들은 파도가 없으니 심심하다 할 것이다. 



역시 집 밖에 나오면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제일 좋아하는 녁석도 있다. 


아빠와 딸들...

딸이 없는 아빠라 가끔은 이런 것도 부럽다. 



오면서 아이들이 그런다. 
'오늘은 아빠가 원하는 것 했으니, 내일은 우리가 원하는 볼링장,게임장 가요~"
이렇게 순서도 없이,  중요하든, 중요하지 않든 순리대로... 
그냥 그렇게 하면 좋은 것과 꼭 해야될 일이 아무 생각 없이 잘 섞이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다. 

가랑비에 옷은 젖어가고, 입질도 없다. 
 오늘 낚시는 아닌가보다. 
집에 가서 벽난로에 불 피고, 김치전이나 부쳐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