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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토니맘 정착일기 4. 로토루아를 달리다.

Robin-Hugh 2010. 8. 2. 13:26

내일 그린파크 신인생 오리엔테이션이 있는 중요한 날이다. 오늘은 스케줄이 비어 그동안 아이들이 기다렸던 로토루아 여행을 하기로 했다. 물론 나의 운전 실력을 단번에<?>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욕심으로..( 고속도로를 달려봐야 감을 익힌다는...) 감행했다.

 

아침에 유정이가 6시쯤 일어났다. 오늘 원고마감인데 피곤이 밀려와 유정이를 재우면서 나도 그만 잠이 들어버렸다. 4시쯤 일어났지만 유정이가 자다깨다를 반복해서 글을 쓰는건 불가능 했다. 여기저기 뉴질랜드에 대한 정보서핑을 하다보니 어느새 푸르스름하게 동이 텄다. 와~ 아름답다. 새벽에 안개인지 구름인지 모르게 마당 아래로 펼쳐진 타우랑가 마을은 솜털처럼 포근한 흰띠가 둘러쳐있다. 길에 늘어선 구름이 내려앉은 모양속으로 하나 둘 전깃불이 켜진다. 성훈은 뿐짝( PUNCAK *)의 아침같다고 했다. 빨래를 거실에 널어두었는데 바싹 마른것 같진 않다. 건조한 날씨는 아닌것 같다. 서울 시댁에선 저녁에 탈수해 널은 빨래가 하룻밤새에 마르던걸..

 

 

 

 

 

오전 9시이전에 출발해야 11시에 시작하는 양털깎기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아그로돔은 두번째인데, 일년동안 아이들이 귀에 못이 박히게 '뉴질랜드가면 아그로돔~'을 노래 불러왔었다. 일단, GPS를 아그로돔으로 설정하고 출발했다. 해변을 끼고 가는 고속도로를 탔다. 아직 라운드어바웃에서의 처신<?>이 촌스러워 직진인데도 좌측에서 튀어나올까봐 움찔거리는..(너는 그냥 가면되 쟤가 기다리는거야!) 성훈이 목이 터져라 잔소리를 해도 일단 움찔~이곳 도로는 거의 편도 일차인데, 2차선이었다가 1차선으로 합쳐지는게 아주 짧다. 시속 50키로 제한 속도에서도 추월을 하시겠다는 분들에게 양보차선이면서, 좌 우측에서 들어오는 차들이 합류하는 임시차선의 역할인것 같다. 그러니까 뒤에서 답답해 하시는 차를 위해 "좌측으로 붙어" 성훈의 말을들었다가 '어~ 아니다 끝났다 끝났다' 1차선으로 합쳐져서 '야이쒸~' 가뜩이나 운전안되는데 ...그냥 간다니까...암튼 오늘 장장 왕복 3시간의 여행중 성훈과 열두번은 사선을<?>넘나들었던것 같다.

암튼 온전히 나의 GPS가 되기 위해서는 좀더 노력을 해야할것 같다.

 

아그로돔에 도착,,,늦지 않았다.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단체손님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한국인 중년 부부동반 단체여행객들이 아주 많았는데, 각국어로 번역되는 해드셑을 착용하고는 덩더쿵 더덩실,,춤판을 벌이셨다. "해드폰에 노래나오나 확인해요. 노래나와야 되요!" 인솔자가 큰소리로 소리치니까 여행객들이 '나와요 나와!" 하더니 두손 앞으로 엄지손가락을 들고 고개를 좌우로 까딱까딱하는 춤을 단체로 추시는거다. ' 어머니 너무 부끄러워요!' 정민이가 귓속말로 속삭이며 얼굴표정을 찡그린다.

 

 

 

쇼가 시작되었다. 지난해에 쇼를 했던 진행자인 '샤인' 이라는 청년이 무대에 올라왔다. 다시봐도 볼만하고 아이들이 즐거워 까르르 넘어가는 공연인것 같다. 소 젖을 짜는 시범에 정민이가 미리부터 앞줄에서 난리를 치면서 양손을 들고 흔들고 있었기 때문에 '샤인'은 정민이를 지목해서 무대에 올려주었다. 어~샤인이 갑자기 ' 난 너를 기억한다..작년에 왔었지?' 라고 말하는걸 보고 깜짝 놀랐다. 작년에도 소젖짜는 시범에 정민이가 냅다 무대로 올라간 적이 있었다. 소 젖은 의외로 짤대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일단 코를찌르는 소똥냄새를 견뎌야 하고, 소젖이 나올때 아주~진한 젖비린내가 난다. 정민이는 소젖을 양손으로 잡고 주물럭주물럭 잘도 짜냈다. 젖을 짠 사람에게는 작은 인증서같은 걸 그자리에서 준다.

 

공연이 끝나고 팜 투어다. 또 작년에 우리를 안내했던 아줌마를 만났다. 인사를 하고 '작년에 당신과 팜 투어를 했어요. 얼굴을 기억합니다.' 라고 했더니 아주 반가워했다. 어디사냐고 물어서 이젠 제법 입에 익은 타우랑가라는 도시 이름을 말해주었다. 이번에는 해외관광객이 아닌 국내관광객인가? 헤헤..

 

 

 

 

 

 

 

키위를 볼 수 있나요? 지난해에는 9월이라 키위를 하나도 못봤어요" 라고 했더니,,,키위 프룻? 이라고 되물었다. 아,,맞다 뉴질랜드에서는 키위가 3가지 의미가 있으니, 매번 키워What 인지 말해야한다. 키위프룻인지, 키위버드인지, 키위(뉴질랜드에 사는 토종백인)인지를 말이다. 아마 조금 달려있을거라고 했다. 큰 트랙터에 달린 투어트럭을 타고 농장으로 들어간다.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눈이 시리게 펼쳐진 연두색 농장위에 내려주면 라마와 양들이 관광객들을 보고 강아지처럼 좋아라 달려온다. '똥밟지 마라!" 트랙터에서 내리면서 내가 아이들에게 소리쳤다. 연두색 초원은 가까이에서보면 양똥들의 천지이다. 팜 투어를 끝나고 나면 신발을 어찌해야할지 모른다. 벗고 차에 타기를 절대적으로 권한다. 아니면 차가 똥~으로 범벅된다.

 

 

 

 

 

 

농장에서 한참을 양떼들과 노는 동안 한쪽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어떤 양이 새끼를 낳고 있었던 거다. 사람들이 둘러싸서 구경하느라 사진찍느라 난리가 났다. 나는 왠지 안스러워 '저렇게 사람들이 보고 있으면 안될텐데...' 아이들을 가까지 가지 못하게 했다. 어~ 양한마리가 태어났다. 까만 그녀석은 비틀비틀 하더니 사람들 앞에서 바로 벌떡 일어나서 걸어다니는 거다. 아직 한마리가 너 남았는지 에미녀석은 또 몸을 비틀고 있었다. 안내하던 아줌마는 도와주지도 않고 사람들을 물리지도 않고 그냥 구경하게 놔 두었다. 개구쟁이 아이들은 새끼를 낳는 양 에미 곁에 가서 장난을 치기도 했는데 그러다가 지 엄마에게 혼이 났다.  "stay away~"

사람이든 동물이든 출산의 아픔은 어미된 사람들은 누구나 아는것 처럼,,,거기 있던 엄마들은 다들 아마 불현듯 아이를 낳던 그 순간을 떠올렸을것 같다. 

 

 

 

                             꿀을 한번 더 찍어 먹겠다고 하니 대신 받아다준 남편,,ㅋㅋㅋ 

 

 

키위쥬스와 와인이 만들어진다는 공장도 견학할 수 있도록 만들어 두었다. 유정이가 약간 풋냄새가 나는 초록키위쥬스를 아주 좋아했다. 벌써 5일째 알콜결핍으로 애를 먹던 성훈은 키위와인을 단숨에 3잔을 들이켜 알딸딸해 하고 있었다. 그리고 농장에서 만들어지는 꿀맛도 그만이었다.

 

팜 투어가 끝나고 키위쥬스와 꿀을 구입했다. (이거 카운트다운에 가도 있는거 아녀? ) 그리고 난 평소에 갖고 싶었던 양털가죽을 샀다. 거실이나 침대 아래에 이걸 놓아둔 사진을 볼때마다 갖고 싶었거덩,,히히,,성훈 고마워. 큰게 $115 이었다. 나름 저렴하고 품질이 인증된것이라 믿었다. 모르지 나중에 보면 웨어하우스에서 더 싸게 살 수 있었던걸..하고 후회할지도,,헤헤

 

로토루아에 있는 한국식당에서 부대찌개로 거하게 점심을 먹었다. 한국사람들은 한국음식을 먹어야 뭐좀 먹은것 같고,,,참,,,희안하다 식습관이란건..

 

 

점심을 먹고 폴리네시안 스파에 갔다. 뜨거운 온천물에 몸을 담그니 녹아내리는것 같다. 수영복이 없어서 어른들은 대여하고 아이들것은 치수가 없어서 거기서 샀다. 정민이는 원피스 수트만 입었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팬츠를 입게 되었다. 팬츠를 안입겠다고 난리를 피워서 겨우 설득했는데 입고나니 편하다며 좋아했다. 애들은 일단 처음에는 약간의 강압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경험이 없어서 거부하는 일에는 강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먹어보지도 않은 김치를 무조건 싫다는 아이들에게는 일단 억지로라도 먹여보고 정말 싫은지 판단하도록 해야한다. 그런데 애들은 거의 엄마입맛에 맞으면 좋아할 확율은 절반 이상이다. '일단 먹어봐~엄마가 맛있으면 너도 좋아할거야' 이건 일리가 있다는 뜻이다.

 

3시까지 온천욕을 하고 서둘러 길을 나섰다.  오는 길은 심지어 남편에 옆에서 졸아도 될 정도로 운전에 자신감과 책임감<?>이 생겼다. 5시 20분에 타우랑가에 도착,,웬디스 키즈밀을 두개 사갖고 집으로 왔다. 성훈이 본사에서 오는 출장자때문에 예정보다 일찍 인도네시아로 돌아가야 할것 같다. 애써서 정민이랑 유정이랑 놀아주려는게 어찌나 짠한지...... 식탁을 카페에서 중고로 사게 될것 같다. 테이블 하나는 화장대로 쓸 예정이다. 책장이랑 전자레인지만 사면 될것 같다. 쓰레기가 쌓여간다. 한국에서도 분리수거는 해본적이 없어서 난감하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차창문을 열고 쓰레기를 버려도 그걸 청소할 인원들이 많으니 아무렇지 않은일이다. 패스트푸드점에서도 셀프서비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내일 쓰레기통이 도착하면 (하나는 재활용품, 다른 하나는 그냥 막버려도 된다는 통) 정말 반가울것 같다. 휴~

 

으아~원고써야된다. 마감이 코앞에 닥쳐야 써진다.

 

도서관과 키즈스페이스가는 길을 꼭 다시 물어봐야겠다.

gps로 찍으면 될까?

 

영어를 인니어처럼 듣고 말하게 되는날 돌아간다~는 계획은

어쩌면 '영주권을 따라~'로 바뀌게될듯하다. 

여기서 만나는 백인들이 점점 친근하게 느껴진다.

 

 

 

 

6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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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블로그에 쓰던 글이라 복사해서 옮겨두고 있어요. 편집을 하려니 오히려 느낌이 떨어질것 같아서 그냥 올립니다. 남편을 성훈으로 불렀다 남편으로 불렀다 하는군요. 개인사 이지만, 남편과 저는 초등 중등 동창이거든요. 하하 제가 우리반 실장이랑 결혼을 했다는,,( 친구 아이가~ㅎㅎ) 아이들 앞에서 이름을 부르지는 않지만 블로그 글을 쓰거나 할때는 그냥 이름이 편하니까..(에구 별이야기를 다 하네요. 아줌마가 되니 남들이 묻지도 않은 걸 혼자 주절거리게 되더라구요. 하하)

 

로토루아는 아마 9월에 남편이 놀러올때 까지 혼자서는 절대 다시 안가게 될거 같습니다. 솔직히 너무 멀어요~흑

어여 정착일기가 실시간이 되어야 할텐데, 써둔 글이 아직 남아서 ,,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데 혼자 이렇게 조급합니다. 병입니다. 병,,,하하)

 

좋은 하루 되세요 ~

 

 

출처 : 뉴질랜드 타우랑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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