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과 휴네집

뉴질랜드에서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기

Robin-Hugh 2010. 3. 3. 04:39

 

 

가끔씩 통화하던 전 직장 동료(친구)와 오늘 낮에 나눈 이야기입니다. 

 

친구왈:  "먹고 살만 하니?"

대답 : " 뭐 대충..... 정도 된다... "

친구왈: "그럼, 한국 직장 다닐 때보다 많이 버는 것도 아니네... "

 

피식...

대답: "그래도 한국 직장보다 스트레스 덜 받고, 자식들 잘 크고, 내가 좋아하는 일 열심히 하고 있으니 대만족이다!"

 

먹고 살라고 일하니? 아니면 살기 위해 먹니?

요즘 읽는 책 - "잘 먹고 잘 사는 법" 엔 우리가 건강하게 살기 위해 병원에서 정기 건강검진을 받아야하는지?

돈을 벌다가 결국 건강을 잃고, 그 번 돈을 모두 다시 병원에 써야 되는 악순환의 고리도 있을 것이고요,    

처음부터 병 안걸리게 미리 미리 건강한 식단을 챙겨야 한다는 딱 이거다라는 답변은 힘듭니다.

 

주위에 제 건강까지도 챙겨주시는 분들, 염려해주시는 분들 많이 계십니다.

맨날 늦게까지 일하는데... 힘들지 않아요? 피곤하지 않아요?

먹는 것이 그래서 어찌 큰 일을 하시겠어요?

지나가는 예의 인사라고 해도... 듣기엔 그리 나쁘지 않은 격려입니다.

 

사무실에 음료수 한병 더 갖고 오시는 분들, 팔 걷어부치고 다른 어머님들 쓰신 컵까지 매일 설겆이 해주시는 분들,

직접 담근 김치와 함께 바리바리 정성껏 점심식사 날라주시는 분들,

수고하시는데 잠시 나와서 점심 식사 함께 하시죠.. 억지 쓰시면서 사무실 밖으로 초대하시는 분들까지.

언제나 그렇지만 저희도 늘 많은 분들의 정성과 도움을 받으면서 살다보니  저절로 마음까지 훈훈해질 때 많습니다.  

 

요즘 일 할 맛이 더욱 납니다.

그래서 좀 더 일하고 싶어집니다.

뭔가 더 해드릴 일이 없을까 더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어떨 땐 정말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스스로 빨려들어갑니다)

 

우리 자녀들, 학생들은 뉴질랜드 학교에 입학해서 친구들 사귀면서 적응 잘 하고 있고요, 

학부모님들도 이젠 타우랑가 생활에 조금씩 더 안정을 찾고 계시는 듯 점점 표정도 밝아보이십니다. 

처음 도착했을 때 무거웠던 표정이었는데 지난 금요일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다시 만났을 때 정말 기분  좋았습니다.

 

저희는 늘 그렇듯이 자녀들 학교 생활은 어떤지?, 영어 교육은 어떻게 해야되는지?  뭔가 부족한 것이 있나?  생각하면서

이번엔 여성골프회 설립, 방과후 학원 개편에다 ... 지금은 방학 특강, 텀2 학원 수업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3월달엔 각 학교에서 학부모님- 담임 선생님간 개별 인터뷰 일정이 잡히고 있습니다.

3월달 가족회원 야유회, 단체여행은 어디로 갈지?

또 방학 기간중 학원 수업과 병행해서 두차례 정도는 꼭 야외 행사를 갖기 위해 일정을 잡고 있습니다.

(4월10일엔 와이마리노 카약 & 어드벤처 파크 야유회, 4월17일엔 카이마이산속 맥클라렌 폭포공원 & 동물원 소풍)

 

4월19일 개학에 맞춰 새로 입국하시는 가족들도 계십니다.

새 가족분들 맞을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  (이러면 어떤 분들은 돈 많이 벌겠네요... 하십니다만....)

 

아들은 아버지를 많이 닮아간다고 하나요?

어릴적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시절, 전라도 한 작은 시골마을 이장님이셨던 저희 아버지.

가족 일은 하나도 챙기지 않고, 집안 농사일도 뒷전이고 모두 어머님 몫으로 돌리셨습니다. 

동네 일로다, 이웃들 일로다 맨날 밖으로만 다니셨습니다.

"도대체 가족 일 하나 챙기지 못하시는 분이 어찌 남의 일에만 시간을 들이실까?... 돈도 생기지 않는 일인데..."

 

추석날, 설날에 찾아오시는 답례 손님들이 저희들에게 하시는 말씀...

"아버님이 참으로 훌륭하신 일 많이 하시고 계시다... 너희도 나중에 커서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일 많이 하거라 "

 

속으로 아버님을 원망하면서 크던 시절이었습니다.

 

이제 뉴질랜드 타우랑가, 현재 시간으로 돌아와 제가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곰곰히 따져볼 때...

저희 아이들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뉴질랜드 타우랑가에 이상적인 한 공동체를 만들어보고자 하는 한 사람의 소망으로 인해

우리 가족, 우리 로빈과 휴가 바라는 애정 넘치는 자상한 아빠와의 시간은 점점 줄어들지 모릅니다.

(오늘은 저녁 7시 넘어 퇴근한 뒤 10분만에 저녁 같이 먹고, 테니스코트에서 운동도 함께 했습니다! ㅎㅎ)

 

하지만 언젠가 우리 아이들이  내 것, 내 가족만, 바로 앞의 이익만을 쫓는 사람이 아닌

누구에게나 본이 될 만한 훌륭한 인격체로 커가길 바라는 마음은 옛날 아버님이나 지금의 저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무사안일하게 나만 편하면 되겠지. 우리 가족만 잘 되면 되겠지 하는 현실 안주보다는

항상 뭔가 좀 더 높은 이상과 꿈을 위해 노력하는 한 건강한 사회인으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이 나이가 들수록 점점 심해집니다.

 

남을 이기면서,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갖고 있는 것이 큰 자랑이 아니라는 것을 언젠가 아이들도 느끼게 되길 바라게 됩니다.

그것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있고, 더 의미있는 인생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길 바라게 됩니다.  

 

로빈과 휴가 자라나서 ,

우리 아버지는 뉴질랜드 타우랑가라는 작은 도시에서 가족 일 챙기지 않고, 맨날 밖으로만 돌아다니셨는데.. 하면서도

"우리는 이제 세계 무대에서 - 인류 발전에 크게 공헌하는 훌륭한 국제 시민, 또 한명의 글로벌 리더가 되고자 노력한다"고 

우리 손자들에게 말할 수 있게 되길 바라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인가요?  

 

나 스스로를 다시 한번 채근하는 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