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과 휴네집

뉴질랜드 생활 - 행복은 행복을 낳고, 기쁨을 널리 퍼지게

Robin-Hugh 2010. 2. 13. 05:26

    며칠전 저희 사무실에 반가운 손님들이 오셔서 한참을 이야기하며 가슴 따뜻해졌고, 참 행복했습니다.

    그 분들은 바로 재우 할머니와 뉴질랜드 친구들 (이웃 할아버지 2분)이었습니다.

 

  사무실로 찾아가도 되는지 전화를 먼저 받고는 "혹시 청혼을 하실려는 것은 아녜요?" 할 정도로 그동안 가깝게 지내셨습니다.

  할머니가 뉴질랜드에 계시는 동안 이 두분의 할아버지와 함께 여행도 많이 다니셨고, 여러 행사.모임에도 다니시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계신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의 언어가 달라 의사소통에 힘들지 않았을까 걱정도 많았습니다만...

    말 없이도 마음으로, 진심으로 통하는 친구들이었으니 굳이 영어와 한국말이 다른 것이 뭐 상관있느냐 하십니다. 

   

   할머니가 오늘 두분을 모시고 저희 사무실에 오신 이유는...

   지난 9개월동안 타우랑가의 딸, 손주 집에 머무시면서 이웃, 친구로 절친하게 지내시던 이 두분의 할아버지에게

   27일 한국으로 돌아가시기 전 꼭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는 이유였습니다.

   나중에 뉴질랜드 할아버지 친구들이 한국에 여행 오실 때 쓰실  한국 전화번호.주소를 꼭 건내주고 싶어서였답니다.

 

   할머니가 그 키위 할아버지들에게 건내시는 말씀입니다.

 

  "제 70 평생중 뉴질랜드 타우랑가에서 이분들과 함께 보낸 몇개월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할머지는 35년전 불의의 사고로 경찰이셨던 할아버지와 사별하신 뒤,  

  평생을 홀로 4명의 자식들 뒷바라지와 손주들 키워주시랴 여느 한국의 우리 할머니와 다름없이 지내셨을 것입니다.

  아직도 건강하신 모습으로 뉴질랜드 타우랑가에서 딸. 이웃 한국 어머님들. 손주 녀석들과 함께 여행도 하시고

  골프도 배우시면서 지내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우리 모두의 할머니로 느꼈고, 우리 모두의 가슴도 훈훈했습니다.

 

   할아버지가 할머니께 건내시는 말씀입니다.

 "참으로 용감하셨습니다. 한국인들이 이렇게 따뜻하고 아름다운 줄 알게 됐고, 즐거운 시간 함께 해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다음에 기회되시면 꼭 다시 와서 만나게 되길 바란다" 하십니다. 

 

 할아버지들 직접 만나뵙고 여러 이야기 나눠보니.,

 진짜 뉴질랜드인들답게 여유 있고, 유머와 인정도 넘치는 우리 이웃집 할아버지랑 똑 같습니다.

 영국의 젠틀맨보다 더 멋진 친절함과 자상함까지 넘칩니다. 

 전세계 문화를 포용하면서, 다양함을 존중하면서 조화, 융화시키는 진짜 뉴질랜드인 답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 할아버지들은 한국에 한번도 다녀오신 적이 없는 분들입니다.

   한국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었으니 사무실에 모여 나눈 화제는 "한국이 과연 어떤 나라냐?" 로 이어졌습니다만

   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환한 표정만 봐도,  

   오랜 인생을 사시면서 경험하셨던 어떤 것보다 소중했던 시간들에 대해 서로 감사함과 존경을 쉽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바로 옆에서 이런 행복한 노인들과 이야기를 듣는 제가 오히려 더 기뻤습니다만   

   우연하게도 얼마전에 결혼하신 한국 어머님도 바로 옆에 계셨습니다.

   "남의 말처럼 들리지 않아요,  저도 요즘 제 인생에서 제일 행복합니다." 

 

     하시면서 덧붙이는 말씀...

   "우리 한국 어머님도 뉴질랜드로 모실려고 하는데 안 오셔요.

   한국 할머니들 미모와 마음씨면 뉴질랜드에서 먹힌다니까 제 말을 안믿어요... 좋은 친구들 쉽게 사귈 수 있는데...." 

     하시면서 한국에 계신 어머님 생각이 더욱 깊어지나 봅니다.  

 

    내일이 또 설날이네요..

    우리 주위에 이렇게 따뜻한 분들이 함께 하시는 모습에 저 또한 고향 부모님,형제들,친구들까지 여러 그리움이 깊어집니다.

   하지만 이렇게 행복한 분들 바로 옆에서,

   내 가족들도 행복하게 사는 모습 보여드리는 것이 가장 크게 효도하는 것이 아닐까 위로도 하면서요.  

   오늘도 열심히, 정직하게, 똑바로 살려고 합니다.   

 

   내 가족으로 인해 우리 이웃 가족들 모두가 더 기쁘고 행복해지는 그런 인생이었으면 합니다.

   나로 인해 주위 뉴질랜드인들과 한국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화목하게 공존하며,    

   각자 모두의 인생이 더욱 밝게 빛나게 되길 바라는 소망도 더욱 커집니다.

 

   "할머니와 두분 할아버지께 저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통역이었습니다."   

 

  *  모두 돌아가신 뒤 갑자기 떠오른 아쉬움.. "기념사진을 찍어 드렸어야 했는데 ...  "

          한국으로 가시기 전에 꼭 뉴질랜드 친구분들과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으로 기념사진 찍어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