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자녀들이 조기유학하는 동안 유학맘들은 무료한 오전 시간을 이용해 영어학원에 등록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것도 좋지만, 배움의 기회가 많다는 것이 뉴질랜드에 살면서 참 부러운 점이었다.
나이 지긋한 60대 할머니도 학교에 다니고, 대학에서 새로운 전공을 할거라며 학구열을 불태운다.
타우랑가의 대표적인 직업전문학교인 ‘Bay Of Plenty Polytechnic’ 에서는 1년짜리 단기과정부터 4년 학사 과정까지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많은 한국인들이 영주권을 목표로 이곳에서 공부하고 직업을 얻는다. 굳이 대학을 가야 한다는 의무감(?)이 없는 현지 뉴질랜드 학생들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쉬엄쉬엄 시간을 보내다가 적절한 시기에 이 학교에서 단기 과정을 졸업하고 소박한 직업을 구해 생활을 한다.
단기로 유학을 결심했다가 울컥 울컥 ‘정착을 해봐?’ 라는 유혹에 빠질 때면 지금도 이 폴리텍 입학 요강 책자를 보면서 가슴 설레곤 한다.
3년 정도 살면서 나는 타우랑가에서 두 개의 자격증을 땄다.
그 중 하나는 4주 단기로 커피 메이킹 과정을 수료할 수 있는 코스였다. 시내에 있는 여러 어학원들 중 비즈니스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설하여 외국인들의 인기를 끄는 곳이 있었는데, 비용도 당시 $400 가량으로 저렴했고, 수료하면 뉴질랜드 국가공인 자격증이 나오는 코스였다. 적어도 취미로 카페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의 자격은 되지 않을까?
게다가 원두커피를 직접 갈아 라떼를 만들어 먹어 보겠다는 평소의 바램도 있던 참이었다.
같은 학원에서 비즈니스과정을 듣는 몇몇의 남미 청년들과 나를 포함한 열혈 한국 아줌마 네 명 정도가 코스멤버였다. 영어학원을 다녀본 경험이 있기는 했지만 영어로 다른 수업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들에게는 무한부담이었지만, ‘커피 만드는 게, 기술 배우는 건데 뭐 어렵겠어?’ 일단 부딪혀보자 의기투합했었다.
하지만 첫 시간부터 거두절미하고 선생님의 원어강의(?)가 속사포 처럼 진행되었고, ‘나 영어 못하니까 배려 좀 해줘’ 라는 눈빛을 쏘아 봤지만 소용없었다. ‘ 아 맞다. 여긴 영어학원이 아니다’
커피의 역사부터 시작하여, 다양한 커피 생산지 별로 커피가 수확되는 환경 별 맛과 질의 차이, 고급 원두의 가공과정 등등 배워야 할 것이 많았고, 다행히 유튜브 동영상을 이용한 화상 수업이 많아 눈으로 보고 감을 잡는 식으로 수업을 쫓아갈 수 있었다. ‘이거 꽤 유식해 진듯한 기분인데’
2주째 강의에 들어갈 무렵 주문했던 교재를 배부 받고, 구성을 보니 각 챕터별 교과 내용과 연습 문제까지 빽빽했다. 선생님 왈, 마지막 주에 이 교재에서 100% 문제를 출제할 것이니 내용을 달달 외워야 코스를 패스할 수 있을 것이라 하셨다. ‘은근 부담인데’
본격적인 실습이 시작되자 흥미진진했다. 그 동안 알고 있던 다양한 커피들을 오전 내내 연습하느라 실습실에는 커피들이 넘쳤고, 실습의 결과물들은 각 교실 별로 강제(?) 배달되었다. 커피 향 잔뜩 맡으며 오전시간 내내 수다도 떨고 영어수업을 듣는 다른 한국들도 만나 반갑게 커피를 안겼다. (나중에 우리를 보면 또 커피를 안길까봐 사람들이 도망 다닐 정도)
코스 마지막 날은 약 30-40 문제 가량의 주관식문제들로 구성된 시험을 치렀다. 사실 양심적으로 시험공부를 하느라 전날 밤 애를 쓰긴 했지만, 시험 당일 날은 우리를 배려하여 선생님이 자리를 비워 주셨다.
‘ 다 썼으면 빨랑 채점 하자고!’
이 중 가장 공부를 잘(?) 해온 내가 총대를 메고 답지를 사이 좋게 공유했다. 인심 좋으신 선생님도 우리가 모든 시험지를 잘 정리할 때까지 기다려 주셨고, 나중에 하나하나 다시 불러 일일이 이해 못한 문제를 다시 설명해주고, 답안을 예쁘게 작성하도록 도와주셨다.
작성한 시험지는 모두 거둬서 NZQA (뉴질랜드 국가학력평가청)으로 보내지고 자격증이 발급된다고 했다.
‘아싸, 난 바리스타’ 뽀대나는 금빛 자격증을 파일에 잘 보관하고, 몰에 가서 가장 비싼 커피메이커와 글라인더를 구입했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타우랑가 시내 부둣가에 있는 소문난 최고의 원두 로스팅점에서 커피빈을 사서 배운 대로 우아하게 커피를 만든다.
집안 가득 커피향이 퍼진다. 분위기 최고다.
‘여보야, 나 바리스타 자격증 땄다. 이담에 늙어서 카페나 하면서 분위기있게 살아볼까나?’ 했더니 남편 반응이 대박.
‘야아….. 학원비가 $400 인데 커피기계를 $800주고 사는 게 어딨냐! ‘
좀 오버했나? 걱정마라 여보야. 한잔에 4불하는 커피, 공짜로 남은 2년 동안 빼먹을 테니까.
애들도 핫쵸코 만들어 주니 정말 좋아한다구. 미안, 봐주라. 응?
애들도 핫쵸코 만들어 주니 정말 좋아한다구. 미안, 봐주라. 응?
나의 우아한 뉴질랜드 생활이 이렇게 시작되었다.
"커피 한잔 드세요... "
<토니맘 유학일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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