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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유학맘 자격증 따기(1) - 바리스타(커피 메이킹)

Robin-Hugh 2013. 7. 31. 11:15

뉴질랜드에서 자녀들이 조기유학하는 동안 유학맘들은 무료한 오전 시간을 이용해 영어학원에 등록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것도 좋지만, 배움의 기회가 많다는 것이 뉴질랜드에 살면서 참 부러운 점이었다.

 

나이 지긋한 60대 할머니도 학교에 다니고, 대학에서 새로운 전공을 할거라며 학구열을 불태운다.

 
타우랑가의 대표적인 직업전문학교인 ‘Bay Of Plenty Polytechnic’ 에서는 1년짜리 단기과정부터 4년 학사 과정까지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많은 한국인들이 영주권을 목표로 이곳에서 공부하고 직업을 얻는다. 굳이 대학을 가야 한다는 의무감(?)이 없는 현지 뉴질랜드 학생들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쉬엄쉬엄 시간을 보내다가 적절한 시기에 이 학교에서 단기 과정을 졸업하고 소박한 직업을 구해 생활을 한다.
 
단기로 유학을 결심했다가 울컥 울컥 ‘정착을 해봐?’ 라는 유혹에 빠질 때면 지금도 이 폴리텍 입학 요강 책자를 보면서 가슴 설레곤 한다.
 
3년 정도 살면서 나는 타우랑가에서 두 개의 자격증을 땄다.

 

그 중 하나는 4주 단기로 커피 메이킹 과정을 수료할 수 있는 코스였다. 시내에 있는 여러 어학원들 중 비즈니스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설하여 외국인들의 인기를 끄는 곳이 있었는데, 비용도 당시 $400 가량으로 저렴했고, 수료하면 뉴질랜드 국가공인 자격증이 나오는 코스였다. 적어도 취미로 카페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의 자격은 되지 않을까?

게다가 원두커피를 직접 갈아 라떼를 만들어 먹어 보겠다는 평소의 바램도 있던 참이었다.

 
같은 학원에서 비즈니스과정을 듣는 몇몇의 남미 청년들과 나를 포함한 열혈 한국 아줌마 네 명 정도가 코스멤버였다. 영어학원을 다녀본 경험이 있기는 했지만 영어로 다른 수업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들에게는 무한부담이었지만, ‘커피 만드는 게, 기술 배우는 건데 뭐 어렵겠어?’ 일단 부딪혀보자 의기투합했었다.
 
하지만 첫 시간부터 거두절미하고 선생님의 원어강의(?)가 속사포 처럼 진행되었고, ‘나 영어 못하니까 배려 좀 해줘’ 라는 눈빛을 쏘아 봤지만 소용없었다. ‘ 아 맞다. 여긴 영어학원이 아니다’
 
커피의 역사부터 시작하여, 다양한 커피 생산지 별로 커피가 수확되는 환경 별 맛과 질의 차이, 고급 원두의 가공과정 등등 배워야 할 것이 많았고, 다행히 유튜브 동영상을 이용한 화상 수업이 많아 눈으로 보고 감을 잡는 식으로 수업을 쫓아갈 수 있었다. ‘이거 꽤 유식해 진듯한 기분인데’
 
2주째 강의에 들어갈 무렵 주문했던 교재를 배부 받고, 구성을 보니 각 챕터별 교과 내용과 연습 문제까지 빽빽했다. 선생님 왈, 마지막 주에 이 교재에서 100% 문제를 출제할 것이니 내용을 달달 외워야 코스를 패스할 수 있을 것이라 하셨다. ‘은근 부담인데’
 
본격적인 실습이 시작되자 흥미진진했다. 그 동안 알고 있던 다양한 커피들을 오전 내내 연습하느라 실습실에는 커피들이 넘쳤고, 실습의 결과물들은 각 교실 별로 강제(?) 배달되었다. 커피 향 잔뜩 맡으며 오전시간 내내 수다도 떨고 영어수업을 듣는 다른 한국들도 만나 반갑게 커피를 안겼다. (나중에 우리를 보면 또 커피를 안길까봐 사람들이 도망 다닐 정도)
 
코스 마지막 날은 약 30-40 문제 가량의 주관식문제들로 구성된 시험을 치렀다. 사실 양심적으로 시험공부를 하느라 전날 밤 애를 쓰긴 했지만, 시험 당일 날은 우리를 배려하여 선생님이 자리를 비워 주셨다.
 
‘ 다 썼으면 빨랑 채점 하자고!’ 
이 중 가장 공부를 잘(?) 해온 내가 총대를 메고 답지를 사이 좋게 공유했다. 인심 좋으신 선생님도 우리가 모든 시험지를 잘 정리할 때까지 기다려 주셨고, 나중에 하나하나 다시 불러 일일이 이해 못한 문제를 다시 설명해주고, 답안을 예쁘게 작성하도록 도와주셨다.
작성한 시험지는 모두 거둬서 NZQA (뉴질랜드 국가학력평가청)으로 보내지고 자격증이 발급된다고 했다.
 
‘아싸, 난 바리스타’ 뽀대나는 금빛 자격증을 파일에 잘 보관하고, 몰에 가서 가장 비싼 커피메이커와 글라인더를 구입했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타우랑가 시내 부둣가에 있는 소문난 최고의 원두 로스팅점에서 커피빈을 사서 배운 대로 우아하게 커피를 만든다.
 
집안 가득 커피향이 퍼진다. 분위기 최고다.
‘여보야, 나 바리스타 자격증 땄다. 이담에 늙어서 카페나 하면서 분위기있게 살아볼까나?’ 했더니 남편 반응이 대박.
 ‘야아….. 학원비가 $400 인데 커피기계를 $800주고 사는 게 어딨냐! ‘
 
좀 오버했나? 걱정마라 여보야. 한잔에 4불하는 커피, 공짜로 남은 2년 동안 빼먹을 테니까.
애들도 핫쵸코 만들어 주니 정말 좋아한다구. 미안, 봐주라. 응?

나의 우아한 뉴질랜드 생활이 이렇게 시작되었다. 
"커피 한잔 드세요... "

 

 <토니맘 유학일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