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혁 일궈낸 뉴질랜드 학생 눈높이 따라 맞춤수업
(세계일보, 4.1)
같은 교재이지만 학습 진도는 각자 달라
학교마다 제각각 다른 교육 과정 편성
학부모 주축 학운위에서 교장·교사 임명
똑같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균일한 책상에 줄을 맞춰 앉아 있다. 책상 위에는 특정 출판사에서 나온 교과서의 같은 단원이 펼쳐져 있고 교사는 교실 앞 한가운데에 놓인 교탁에서 학생들을 바라보며 수업을 한다. 칠판 위쪽 벽에는 틀에 박힌 교훈이나 급훈이 적힌 액자가 걸려 있다. 전형적인 대한민국 교실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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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들어 학생의 특기와 적성에 맞는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교육 과정도 창의적 인재 양성에 맞게 개정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교실의 풍경은 하나같이 획일적이다. 하지만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우리나라와 함께 최상위권을 다투는 뉴질랜드의 모습은 전혀 다르다. 같은 교재를 갖고 있어도 능력에 따라 제각각 진도가 다르고, 학교마다 제각각 다른 교육과정이 편성돼 있다.
(참고)
· OCED가 전세계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학생들의 읽기 능력 평균 점수는 493점으로 나타났으며, 뉴질랜드 학생들은 평균 521점을 기록하여 6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고, 한국 학생들은 539점을 기록하여 1위를 차지함. (Stuff, 12.6)
· 과학 분야 세계 평균은 501점이었고 뉴질랜드는 532점을 기록하여 4위를 차지, 한국은 538점으로 3위를 차지하였고, 수학 분야 세계 평균은 496점이었고 뉴질랜드는 519점을 기록하여 7위를 차지, 한국은 546점을 기록하여 1위를 차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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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지어 국어, 영어, 수학과 같은 교과목 대신 ‘창의력’, ‘자립심’, ‘협동’ 등 핵심역량(Key Competence)에 따라 연간 교육 과정이 짜여 있다. 교육 과정 편성권을 학교에 부여하고, 교사들이 학생 개개인에 맞는 교육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때 학습 부담은 줄어들고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는 것이 뉴질랜드 교육의 핵심이다.
◆‘교과 중심’에서 ‘역량 중심’ 수업으로
지난달 22일 오전 뉴질랜드의 수도 웰링턴 중심에 위치한 쏜돈 초등학교의 한 교실. 3∼4명씩 모둠으로 둘러 앉아있던 학생들 중 일부는 각자의 공책에 무언가를 적기 바빴고, 일부는 그림을 그리느라 한창이었다.
또 다른 학생은 골똘히 생각에 빠져 있었고, 어떤 학생은 주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인터넷 검색에 열중하고 있었다. 얼핏 보면 쉬는 시간 같지만 정규 수업시간이다.
우리로 따지면 쓰기와 말하기가 결합된 수업으로 이야기의 시작만 들려준 뒤 그 후의 이야기들을 직접 만들어나가는 것이 학생들에게 부여된 임무다. 학생들은 이야기의 흥미를 높이기 위해 그림을 그려 넣기도 하고, 중간 중간 생각에 빠지기도 했지만 교사는 학생들 주변을 거닐며 현재까지의 작업에 대해 조언을 할 뿐 채근하지 않았다. 작업을 끝낸 학생들은 교실 앞으로 옹기종기 모여 자신이 만든 이야기에 대해 교사와 친구들에게 설명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묵묵히 자신의 일을 했다.
앨리스테어 두 차테니어 교장은 “교과목으로 따지면 문해(literacy)수업이라고 생각하면 되지만 단순히 글을 읽고 쓰는 교육에서 벗어나 사고력 등 핵심 역량을 길러주기 위한 교육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전교생(1∼8학년)이 270명 가량으로 뉴질랜드 초등학교로는 중간 정도 크기인 이 학교는 모든 교과과정에 핵심역량을 도입했다.
뉴질랜드 정부가 21세기형 인재를 만든다는 목표 아래 2005년 도입한 5가지 핵심역량(사고력, 언어구사능력, 자기관리, 대인관계, 참여와 협동)을 기초로 학교 자체적인 세부적인 핵심역량 항목을 마련했다. 이를테면 자기관리 분야에서는 독립심, 자신감, 위험부담 등의 세부 항목과 기준을 만들고 이 기준에 맞게 학생들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때 평가는 지식 수준을 측정하거나 시험을 통해 등수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학기초 학생이 정한 자신의 목표에 따른 성취 수준을 평가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이에 따라 이 학교 학생들은 누구나 자신이 정한 목표 수준을 적은 사다리 모양의 도표를 갖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자신의 성취 수준을 스스로 점검해볼 수 있다. 차테니어 교장은 “사다리를 만들고 단계에 맞는 목표 설정을 하다보면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도 생기고 자연스럽게 학생 스스로 자신의 진로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교과 과정과 평가 방식이 역량 중심으로 바뀌면서 교사의 역할과 교수법도 달라졌다. 1주일이나 1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시간표를 작성하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수업 운영에 교사의 융통성이 부여됐다.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획일적 수업 대신 개별 학생에 따른 맞춤형 수업의 필요성도 나타났다. 차테니어 교장은 “역량 중심의 수업이 도입되면서 교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전문적인 교수 프로그램(Professional Teaching Program)을 통해 교사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교구성원이 학교운영의 전반을 결정
역량 중심의 교육과정과 함께 뉴질랜드 교육의 특징으로 꼽히는 것이 교육 과정의 자율성과 융통성이다. 1989년 교육법이 제정되면서 불어닥친 교육개혁의 바람은 기존의 중앙집권적 교육 체제를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정부가 교육 시스템을 관리하고 통제하던 과거와 달리 개별 교육기관에 교육 행정과 관리에 대한 대부분의 권한이 위임된 것이다. 중앙 정부는 교육과정의 기본 지침과 학교의 요건, 자금지원 범위 등만 정해줄 뿐 모든 권한과 책임은 일선 학교의 몫이 됐다. 실제로 과목별 수업시수와 이수단위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우리와 달리 뉴질랜드 교육부는 매년 교육과정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담은 ‘뉴질랜드 커리큘럼’이라는 얇은 책 한 권을 발간하는 것이 전부다. 구체적인 교육 내용과 학교 운영에 관한 사항은 개별 학교에서 학교 구성원들의 의사를 반영해 자율적으로 만든다.
개별 학교에 학교 운영 전반에 관한 자율성이 부여됨에 따라 학교마다 고유의 교육과정이 시행되고 구성원들이 원한다면 교복을 바꿀 수도, 교복을 없앨 수도 있다. 웰링턴의 유일한 공립 남녀공학 학교인 웰링턴 고등학교는 학교 구성원들의 뜻에 따라 교복을 입지 않는다. 이러한 판단은 주로 교사, 학생, 학부모 등 학교 구성원으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회(BOT·Board Of Trustees)에서 결정된다.
학부모를 주축으로 학교 규모에 따라 4∼16명으로 구성되는 학운위는 학교 운영 전반의 권한과 책임을 갖는데 이 같은 학운위 중심의 학교 운영 시스템은 뉴질랜드 교육개혁의 주요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학운위의 위원은 당연직인 교장과 선거를 통해 선출된 학부모 대표, 학생 대표로 구성된다.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회의를 열고 교육 과정과 예산 집행은 물론, 교장 임명권과 교사 채용권까지 갖고 있다. 학교 운영에 대한 권한과 책임이 교장에게 집중된 우리나라와 달리 뉴질랜드에서 교장은 학운위의 결정사항을 집행하는 전문경영인에 불과한 셈이다.
나이젤 핸튼 웰링턴 고교 교장은 “학운위가 스스로 학교를 어떻게 운영할지 정하고 책임을 지도록 하기 때문에 개별 학교마다 고유한 교육과정과 교육 환경을 만들어낸다”며 “정부에서 내려주는 지침에 따른 것이 아니라 학교 구성원이 참여해 학교를 운영하기 때문에 학부모도 학교에 대한 신뢰가 생기고 학생들의 학업능력도 좋아진다”고 말했다.
학운위가 결정한 학교 운영에 관한 제반 사항은 독립기구인 교육감사원(ERO·Education Review Office)의 감사와 평가를 받는다. ERO는 1989년 교육법에 따라 만들어진 기구로, 모든 학교의 교육과정과 학생관리, 재정상태 등에 관한 사항을 3∼4년에 한 번씩 평가한 뒤 보고서를 작성한다.
보고서는 해당 학교뿐 아니라 웹사이트 등을 통해 일반인에게도 공개된다. 평가 결과 문제점이 발견되면 학교에 개선해야 할 사항을 권고하며 6개월 뒤에는 시정됐는지를 다시 평가한다. 뉴질랜드 교육부 산하 교육홍보기관인 에듀케이션 뉴질랜드(ENZ)의 스티진 테 스트라케는 “학교에 대한 평가가 학운위에 전달되고 다시 교장, 교사는 물론 학생과 학부모에게까지 알려지면서 학부모는 학교의 일에 관심을 갖게 되고 학교도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며 “학교의 자율성과 이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체계가 뉴질랜드 교육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웰링턴= 이태영 기자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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