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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제대로 못하는 영어 공화국, 왜?

Robin-Hugh 2007. 5. 2. 14:28

영어 제대로 못하는 '영어 공화국,  왜? 

 - 생활 속에서 영어를 접해야

 - 말하기 추가된 토플 점수, 세계에서 최하위

 

 임신 6주째인 김선정(가명·27·서울 양천구 목동)씨는 영어 동화를 읽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김씨는 주중에는 영어 태교용 온라인 강의를 듣고, 주말에는 교회에서 영어예배를 본다. 김씨는 “아이가 영어에 일찍 노출될수록 좋다고 해서 하는 것”이라며 “영어회화 학원도 다닐 예정”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의 영어교육은 엄마 배속에서부터 시작된다. 영어 태교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는 B업체는 생긴 지 2년도 안 돼 회원이 5만 명을 넘었다. 10만원이 넘는 영어태교 동화 전집도 불티나게 팔린다. 영어태교 업체는 10개를 넘는다.

베이비시터(babysitter) 업체들도 4년제 대학 영문과 학생이나 재미교포들로 구성된 ‘아이돌보미’들을 따로 두고 있다. 서울 서초동의 ‘K 베이비시터’의 아이돌보미들은 1시간 반에 4만 5000원을 받고 ‘영어’로 3~4세 아이들을 봐준다.

 

경기도 분당에 사는 정모(여·31)씨는 24개월짜리 딸을 월 75만 원짜리 영어 놀이교실에 보내고 있다. 정씨는 “규정상 영어를 가르치면 안 되는 공립 유치원들도 엄마들 요구에 못 이겨 영어수업을 한 지 오래됐다”며 “미술학원·운동학원도 원어민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없으면 부모들이 찾지 않는다”고 했다.


 




아예 아이를 미국으로 데려가 현지 유치원에 등록시키는 경우도 있다. 강채숙(여·36)씨가 지난해 여름 두 달간 아이를 미국 유치원에 보낸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자 다른 학부모 10여 명이 올 여름에도 가자면서 따라나섰다. 강씨는 “비용을 줄이려고 요즘은 공동구매식으로 알뜰하게 다녀온다”고 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어교육에 쏟아 붓는 돈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그 규모를 연간 15조원으로 추산한다. 일본(5조원)의 3배다. 그나마 조기유학이나 언어연수에 드는 비용은 뺀 수치다.

 

 유학을 목적으로 출국하는 초·중·고교생 수는 2001년 15만 명에서 2006년 19만 명으로 5년 새 4만 명 가까이 늘었다. 2004~2005년 전 세계 토플(TOEFL·외국인을 위한 영어인증 시험) 응시인원의 19%가 한국인이었으며, 토플·토익(TOEIC) 시험에 연간 7000억 원 이상의 돈이 나가고 있다.

영어교육에 대한 관심과 지출은 이처럼 폭발적이지만, 그 효과는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동아시아 경영환경 정보를 제공하는 홍콩의 ‘정치경제위험컨설팅’이 2003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아시아 12개국 중 영어 소통이 가장 힘든 나라였다.

 

2004~2005년 우리나라의 토플 성적은 전 세계 147개국 중 93위였다.  작년 9월 시험 방식이 IBT(Internet-based test)로 바뀌면서 문법 대신 말하기가 추가되자 우리나라의 순위는 111위까지 떨어졌다말하기 부문만 보면 134위로 거의 꼴찌에 가깝다. 회화를 강조하는 것으로 교육이 바뀌어도 교실을 벗어나면 여전히 영어를 사용할 환경이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작년 한국영어교육학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은 중학교에서 대학교까지 10년간 하루 평균 4시간 이상 영어를 공부한다. 그런데도 우리 영어실력이 뒤처지는 것은 영어가 실생활에서 거의 쓰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희대 영어학부 한학성 교수는 “어려서부터 실생활에서 영어를 자연스럽게 접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선 영어를 교과 과목으로만 공부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이유로 덴마크나 핀란드 같은 나라는 1주일에 영어 수업시간이 2~3시간에 불과한데도 국민들의 영어 구사력이 좋은 나라라는 평을 듣는다고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는 지적했다. 10살 때부터 영어 교육을 시작하는 덴마크의 경우 다른 교과에서도 영어 교재를 활용해 학생들이 어디서나 영어를 접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면서도 영어 능력이 뛰어난 나라의 국민들은 어려서부터 영어가 몸에 밸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전 국민의 71%가 영어를 쓰는 싱가포르는 1956년부터 영어를 공용어로 지정했고, 1987년부터는 모든 학교에서 영어 사용을 의무화했다.

전문가들도 “영어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교사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올해부터 매년 교사 1000명씩 집중 심화연수를 실시할 계획을 세우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2008년부터는 영어교사 임용시험에 영어 에세이, 영어 인터뷰 평가가 새로 포함된다.

그러나 교육부 방안에는 허점도 많다. 이미 10년 이상 미국에서 거주한 재미교포들을 원어민교사로 활용하고는 있지만, 홍보 부족 등으로 채용 실적은 미미한 상태다. 일반인들이 가장 쉽게 접하는 공중파 TV에 영어전용 채널이 없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