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것을 그리 즐기지 않는다. 양이 너무 적다. 매운 것도 잘 못먹는다..." 등등
여러 유언비가 있습니다만... 왜 어머니가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잖아요. 그죠?
이 날은 한 어머니가 해주는 밥과 김치를 배가 볼록나올 때가지 먹었던 날입니다.
얼마전에 베들레헴에 입주하신 새 가족.
한국의 친정 어머니가 타우랑가 딸네 집에 오셨어요. 요즘 외손주 보시는 낙이 이만저만이 아니시랍니다.
할머니 고향이 어디냐? 바로 전남 벌교입니다.
한국에서 갖고 오신 갈치속젓, 밴뎅이젓, 조개젓도 사무실 점심 때 간간히 맛을 보기도 했습니다.
이번엔 한국에서 갖고 오신 새우젓으로 - 뉴질랜드에서 산 배추와 무우로 - 김장 김치를 담군다고 하시길래
'어찌 초대 좀 해주십사' 억지 청을 넣었더니...
직원들 모두 한번 와서 맛보라 하시더군요. "야호.... "
김치 담그고, 깍두기와 물김치도 새로 담그고,
생선살을 사다가 지짐을 부치고,
잡채도 하시고,
꽃게를 사다가 진짜 양념 하나도 아끼지 않고 푸짐하게 넣어 매콤하게, 알싸한 양념게장도 만드셨네요.
김장김치에 돼지고기 수육이 덤으로 올라와 있습니다.
제 입맛엔 이 김치 맛.
글쎄요. 저희 어머니가 해주시던 그 맛 그대로 같아요 (사실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요)
맵지고, 짜지도 않고, 달게 느껴질만큼 고소하고 사각사각하게. 딱 익을만큼 익은 어머니 손맛 김치였답니다.
식혜까지 담그셨으니.. 참으로 오랜만에 입맛 개운하게, 푸짐하게 잘 묵었습니다..
김치 좋아해서, 집에서 직접 김치, 깍두기까지 담을 줄 아는 올리브씨 영국인 남편 앤디씨.
이날 오리지널로 입 호강하셨답니다. ㅎㅎ
이렇게 배 빵빵하게 먹고..마시고,, 떠들고.. 웃으면서 꽤 시간이 가네요.
배사장님도 외할머니 음식 그대로라면서.. 눈물이 날 지경으로.. 나물 반찬 한접시를 그냥 비워버리시네요.
집에서 나올 때 김치며, 깎두기며, 양념게장까지 집집마다 덜어 담아주시네요...
에궁 ... 황공스럽지만 염치불구하고 덥썩...ㅎㅎ 하고... 꾸벅꾸벅.. 감사합니다.
올리브씨 왈...
"이렇게 많이 먹는 것 처음 본다"고 놀라시네요.
정말 감사하게 잘 먹었습니다. 다음날 아침도 못먹을 정도로요.
바로 옆에 사시는 집으로 간 아이들. 게임을 하러 모여있네요.
(여기 베들레햄 골목에도 가까운 곳에 몇가족이 사시고 계시네요. 게다가 동네 이장님도 계시고요...ㅎㅎ)
지들끼리 모여서 무슨 재미난 게임을 하는지.... 집 구경 삼아 안식구들까지 모두 가서 커피도 한잔 하면서 ...
"집 좋다~~ , 집 좋다~~" 연신 감탄하면서.. .
밤이 깊어갑니다...
참... 이 기회에 한가지 비밀도 공개합니다
"저는 맛난 음식만 , 또는 정성이 들어간 음식만 ... 자~알 먹습니다. "
아래도 그런 밥상입니다.
사실 음식이 뭐 그리 대수겠습니까?
음식을 준비한 분의 정성과 그 가족들의 사랑과 행복,
그리고 함께 둘러앉아 밥을 나누는 한 식구 같은 나눔의 인정.
그런게 더 배를 부르게 하는 것 아닌요? 마음까지도요.
처음 타우랑가에 유학으로 오셨어요.
그리고 벌써 5-6년이 지났고, 이제 영구영주권을 기다리고 계시는 가족들.
오랫만에 그 가족들 댁으로 초대를 받아 몇가족이 함께 둘러 앉았습니다.
밖에서 하루종일 우거지 갈비탕은 끓여졌을 것이고요, 김치도 새로 담그고.
푸짐하게 해물을 넣은 매콤한 콩나물해물찜.
아이들을 위해서 매운맛, 간장맛 닭다리 튀김도 있고요.
매운 양념갈비찜까지 ... 상다리 뿌러지도록 푸짐하게 준비 하셨더군요.
이런 상차림이라면 한메칠 고생하셔야 되잖아요. 진짜 정성과 애정이 없으면 안되는 밥상입니다.
이 때가 몇주전인가요? 우거지 갈비탕 맛과 해물찜... 아... 또 먹고잡네요... ㅎㅎ
"이만하면 뉴질랜드에서 사람 노릇하면서 먹고는 사나 보다"... 고 한국의 어머님과 아버님이 한숨 놓으시겠네요.
아마도 타우랑가 한국 사람 중에 가장 많은 - 여러 집에 다니면서 음식을 얻어 먹는 사람이 아닐까요?
다시 한번 두 가족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제가 그 은혜에 어찌 보답을 해야할지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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