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과 휴네집

뉴질랜드, 2010년 10월 어느 하루 일기

Robin-Hugh 2010. 10. 8. 04:46
10시30분에 학교에 약속이 있어 아침 시간이 참 게으르다. 
방학동안 매일매일 무엇인가 재밌는 일,  놀 거리를 찾느라 빈둥거리는 아이들. 
왜 책도 안보고, 공부도 안하느냐고 하니까 아이들 대답은 간단하다. "Holiday 잖아요!~" 

똑똑.. 
오전10시에 루이 아빠 (올리브씨 남편)가 뉴질랜드 친구와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집 앞 와이푸나파크에서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켜주고, 함께 놀게 해주겠다고 오신 것이다. 
( 왜 10시가 되도록 출근 안하고 있는지 다행히 묻지 않는다!) 

어머니들은 축구하고 나서 점심 때 먹을 김밥과 소시지 시즐 등을 준비해오신다고 한다. 
아이들이 집을 나설 땐 부슬부슬 비가 내려 하늘을 보니 구름이 빠르다. 곧 갤 것 같으니 오전에 축구하긴 괜찮을 듯 하다.
 
10시15분,  웰컴베이에 집을 얻고, 셀린릿지에 입학하는 학생 가족들과 함께 첫 학교 방문.
학교에 미리 선생님이 기다리고 계시고, 함께 앉아 필요한 서류를 마무리. 학교 구경과 교복을 샀다.  
뉴질랜드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민영이에게 "부끄러웠니? 하니까... "왠지 긴장이 되잖아요~" 한다. 
한국에서 영어 학원 공부를 3년 이상 했는데 (그러니까 실력은 좋을 것 같은데), 
한국 아이들은 대체로 부끄러움과  내성적인 아이들이 많고, 처음 뉴질랜드 선생님과 만나면 부모님도 함께 긴장하신다. 
학교 선생님도 모두 이해하신다. 
그리고 "곧 좋아질 것이다!"란 말씀도 꼭 해주신다.  실제로 그렇다.  아이들의 배움의 속도는 참 빠르다.  
보통 3개월정도 기다려주면 아이들 제 성격 드러나고, 심지어 수다쟁이로 변신하는 어린 학생들도 많이 보셨을 것이다. 

차근차근 꼼꼼하게 모든 것을 대략 정리한 뒤... 
사무실로 나가다 점심 때가 되어서 축구장에 잠시 들렀다.   
파라솔로 바람을 막으면서 아이들에게 줄 소시지 등을 굽고 계시는데.. 하나 얻어 먹었다. 
로빈과 휴도 동네 친구들 한명씩을 더 불러서 함께 끼어있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어 보니까
하늘은 개었고 파란 하늘에 햇빛도 무척 따뜻했졌다. 
축구 시즌이 끝난 봄이라 공원 축구장에 골대가 다 없어졌는데.. 양동이를 양쪽 골대로 세워놓고 운동하고 있다.
넘어지면서 태클하고, 저희들끼리 고함과 함성을 지르면서 공 갖고 뛰는 것 보니... 늙은 나도 끼고 싶어진다! 
루이 아빠(앤디)는 아이들 틈에 끼어 "이리로, 저리로 패스,,, 잘했다.  수비 제자리로.. " 등 아이들을 조종(?)한다! 
아이들 축구 실력이 좋아질 것 같기도 하고, 일단 저리 뛰었으니 당장 오늘은 더 뭐하자고, 어디 가자고 조르진 않을 것 같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매일 똑같고 여전하다. 
오가면서 들르고, 이런 일, 저런 일로 늘 분주하다. 
오늘은 특히 샌포드에 싱싱한 킹피시와 크레이피시(랍스터)가 있다고 했으니 그동안 관심있었던 몇집에 전화 돌리고, 
은행에 가서 비자 준비 서류 만들고, 이리저리 오가면서 ... 

샌프란시스코로 이민 가서 결국 외동딸을 UC Berkeley 대학교에 입학 시킨 뒤 요즘 한가하게 부부끼리 사시는 선배.. 
070 전화기와 페이스북 때문에 요즘 자주 전화가 온다.  
오늘 화제는 샌프란시스코 한국 교민들의 골프장 매너와 에티켓.  "참~ 대단하다!"고 표현하긴 하는데
긍정적인 것 보다는 부정적인 사례가 많다.  

학원 수업이 끝나는 3시.
아이들을 데리고 낚시대를 사러 갔다. 2가족이 함께 갔다.  $100 정도 주니까 괜찮은 것으로 샀다. 
저녁 6시에 바닷가에서 낚시도 하고, 레스토랑에서 신입가족 환영 모임도 있으니 오징어 미끼까지 준비했다. 
11월-12월쯤엔 다시 꽃게랑 조개 잡이 나들이도 해야겠다는 생각. 

나간 김에 샌포드에 들렀더니 크레이피시 3마리 남아있다. 
오클랜드에서 손님이 찾아오신다고  요리에 걱정하시던 아버님이 모두 사셨다. 대략 $130 정도에 3마리 사실 수 있다고 한다.
일단 수족관에 "SOLD"라고 써놓고, 내일 찾으러 와서 계산하면 된다고 하시는데 바로 옆 굴, 훈제연어 등도 함께 사시면 좋겠다고 한다. 스내퍼(참돔)와 트래밸리,카와이도 싱싱하게 통째 생선으로 누워있다. 사다가 회를 떠 먹어도 좋을 상태다. 

가게를 나오면서 한 어머님이 물으신다. 스내퍼 한마리가 얼마정도 해요? 한 $15정도 할 것 같습니다" 하니까.. 
"그래요?  전 $100정도 하는 줄 알고..ㅠㅠ . 다음엔 아들에게 한마리 통째로 회를 떠서 줘도 되겠네요"
이래서 꼼꼼하게 안내를 해주고, 어머님들 마음속까지 다 미리 알아서 챙겨주는 진심이 필요하다.
낚시와 회를 좋아하는 아들을 둔 어머님의 마음이 어떤 것일까 한번 더 생각해봤다면 지금 그 어머니 손엔 스내퍼 한마리를 들고 
뿌듯한 행복에 젖으셨을지 모른다. 

사무실로 돌아오는데 한가족이 빠졌다고 해서,,, 
마지막 한가족과 다시 낚시점행.  오늘 저녁 식사 전에 잠시 낚시를 한다고 하니까 아이 표정이 환해진다. 
낚시대를 사고 기분이 엄청 좋은지 "아저씨도 처음으로 낚시대를 샀을 때 이런 기분이셨어요? 묻는다.  
맹랑한 녀석인데.. 

와이마리노 캠프에 따라간 딸을 데리러 가야 되는데 아직 운전이 서툴고, 맥클라렌 폭포공원 규모상 약도만 갖고 찾아갈 수 없어 
배사장이 함께 가 딸을 데리고 나와야한다.  (1박2일 캠프인데... 아직 그만큼 적응하지 못한 딸을 당일만 참가하고 데리러 가는 길)

저녁 식사 예약 시간이 되어 .. 바로 레스토랑으로 오시라 했다.
급하게 아이들과 함께 브리지 마리나 아래 낚시터로 가서 새로 산 낚시대를 물에 담가본다. 
몇번 입질이 오는데...  예약이 된 6시는 넘어가고 있고... 
여름철이라 저녁 6시에 낚시를 하러 나오는 뉴질랜드 가족들도 많이 보인다.
그래 역시.. 낚시는 이른 새벽에, 아니며 해가 지는 시간에 잘 잡힌다고 했지! 이때가 생선도 배가 고플 때라고. 

낚시하는 아이들 잠시 두고,  먼저 Bridge Bistro and Bar 로 들어갔다.
이번 텀4에 맞춰 입국하신 5가족이 다함께 모여 저녁식사한다. 17명 예약했는데.. 자리를 여유있게 잡아놨다. 
안심스테이크, 다금바리(Hapuka), 스내퍼(참돔), 연어 스테이크, 양갈비구이, 어린이들 메뉴를 가족별 테이블마다 
시저 샐러드, 마늘빵을 더해서 주문했다.  Oyster Bay 2008년산 샤도네이 2병까지..  

유리창 너머로 값비싼 요트와 보트가 즐비하고 카이마이 산위로 뉘엿뉘엿 해가 넘어간다. 
처음 시작할 땐 비스듬한 봄날 햇살에 눈이 부셨는데 어느덧 붉은 노을빛으로 변해 저녁 테이블 위에 쏟아진다.  
레드 와인이 듬뿍 담긴 와인글라스가 테이블 위에 있다면 저 노을빛과 와인 빛깔 중 어떤 것이 더 고운지 따져볼만 할 것이다. 

너무 길어서 여기까지... 대략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