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 학교 수업 주제는 "환경"이다. 둘째는 "I wonder why" 사진 슬라이드 쇼 제작에 이어 'Stop and think where the plastic goes"라고 한줄 크게 써놓고 1회용 플라스틱 봉투 사용 금지 포스터를 그리는 숙제를 하고 있다.
환경. 지속발전가능한 생태계?
스웨덴의 여성 언어학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의 <오래된 미래 - Ancient Futures: 라다크로부터 배운다>는 저자의 16년간 라다크 현지 체험에 기초하고 있다. 히말라야 고원에 자리잡은 한 유서 깊은 공동체에 대한 생생한 현장보고와 '근대화 과정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통해 오늘날 인류사회 전체가 직면한 사회적, 생태적 위기의 본질을 명료하게 묘사함으로써 이미 이 분야- 지속발전 가능한 녹색 환경 운동 -에서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책과 함께 고전적 필독서로 통한다.
이미 현대의 우리 생활양식은 많은 부분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반개발' 방향으로 다원화, 적정기술을 통한 자립경제화 되고 있지만, 이 책에서 내가 느끼는 점은 비단 환경과 생태에 관한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 인간과 공동체에 대한 전통 농경사회의 오래된 가치들이 현재, 또는 미래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새겨볼만한 가치로써 아직도 유효하게 다가온다.
'삶의 기쁨'이란 글 속에 이런 일화가 있다.
"나는 울퉁불퉁하고 먼지투성이인 길로 잔스카르로부터 트럭을 타고 오고 있었다.
열다섯명쯤의 라다크 사람과 캘커타에서 온 두명의 학생과 같이 있었다.
여행이 계속됨에 따라 그 학생들은 조바심을 하며 불편해 했고, 채소자루를 의자삼아 앉아 있는 중년의 라다크 사람을 밀기 시작했다.
얼마 되지 않아서 그 사람은 일어서서 그보다 한 20년은 젊은 그 학생들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두시간쯤 후 우리가 쉬려고 멈추었을 때 학생들은 그 사람에게 물을 가져다 달라고 했다.
그가 물을 가져오자 학생들은 그에게 불을 피우고 자기들을 위해 차를 끓이라고 명령하다시피 했다.
그는 하인 취급을 받았다.
그로서는 분명히 평생 처음 당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굽신거리는 태도는 전혀 없었고 친구에게 하듯이 아부하는 태도도 없이 위엄을 잃지도 않고 그저 요청받은 대로 행동을 했다. 나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그러나 그 사람도, 다른 지켜보는 라다크 사람들도 그가 받는 대우에 화를 내거나 당황하기는 커녕 그걸 재미있는 일 이상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 나이든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해 아주 대범했기 때문에 자신을 내세울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 가장 중요한 요인은 자신이 훨씬 큰 어떤 것의 한 부분이며, 다른 사람들과 또 자신의 주위와 뗄 수 없이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라고 확신한다… 또 똑같이 중요한 것은 라다크 사람의 보다 큰 자아개념은 사람들 사이의 긴밀한 유대와 관계되어 있다…
건강한 사회란 각 개인에게 무조건적인 정서적 지지의 그물을 제공하면서, 긴밀한 사회적 유대와 상호의존을 권장하는 사회다.
이런 틀 안에서 개인들은 아주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안정감을 느낀다…."
이미 책이 노랗게 변했는데도 다시 한번 손에 잡힌다.
뉴질랜드 타우랑가에서 아주 단기적이며 개인적인, 어쩌면 독립적인 개별 목적을 위해 모인 아주 특이한(?) 공동체를 위한 해답은 없을까? 전체적인 관계와 맥락 속에서 우리 모두가 혜택 받으며 삶의 기쁨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없을까 늘 고민이기 때문이다.
"말을 백마리 가진 사람이라도 채찍 하나 때문에 다른 사람의 신세를 져야 할 때가 있다" - 라다크 속담
현대 학교의 문제에 대해 "같은 나이의 열명을 모아 놓아놨을 때 보다 나이가 다른 열명이 모였을 때 각 개인의 발전과 책임감 발휘가 커질 것이다" 등도 눈에 띤다.
오늘 또 이런저런 이야기로 피가 한꺼번에 머리에 몰려들면서
왜 사느냐? 어떻게 살고 싶은냐?에 대해 분분하게 흥분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이런 저런 일(주로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하면서 나 자신부터 다스리기 좋은 규범으로 삼을만하다.
"자기 자신에 대해 아주 대범했기 때문에 자신을 내세울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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