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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토니맘 정착일기 8. 무료영어교실로 일주일을 빡빡하게

Robin-Hugh 2010. 8. 26. 08:06

초등이든 칼리지든 이곳학생들은 모두다 하교시간이 오후 3시이다. 출근시간에도 찾아볼 수 없는 차 막힘이 아이들 하교시간 즈음해서 조금 느껴진다. 그래도 다른 도시에 비해 막히는 축에도 안낀다. 고속도로에서도 편도일차선인 도로사정인데도 별로 답답하거나 정체가 느껴지지 않는 나라라고 한다. 다른 나라의 편도2차 도로를 엄청 부러워하는 키위들 (내가 알고 있는 키위들은 주로 선생님들,,어학원에서 듣는 이야기들) 도 있지만, 사실 편도1차도 별 불편이 없으니 굳이 도로를 개편할 필요도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린파크 하교길은 엄청난 픽업차량들로 정문과 후문 도로길이 길거리 주차장을 이룬다. 그런데도 참 신기한건 도로가에 늘어선 차들과 좁은 정문,후문길로 들어서려는 차들 사이에 정말 이성적이고 선진적인 양보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거다. 픽업을 하러 들어가는 차들은 돌아나올 차들이 원활하게 빠져나갈 길을 예상하고 길옆으로 붙어선다.  한국 같으면 무작정 내가 먼저 들어가서 애를 데려나오겠다는 이기심으로 몇시간씩 차가 움직이지 않을 상황이 분명한데 말이다. 여튼 아무리 늦게 가도 3시 10분이면 학교가 텅빌 정도로 모든 아이들이 픽업차량을 타고 학교를 빠져나온다.

 

아침 9시까지 등교이니 이 시간부터 하교시간인 오후 3시까지는 엄마들이 공부를 하거나 취미활동을 할 수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길다면 길고, 쇼핑이나 모자란 잠을 한잠 더 잘 시간으로는 조금 부족하기도 하다. 하지만 뉴질에 유학온 엄마들은 이 시간을 영어공부로 보내는 것은 하나의 사명감? ㅎㅎ

 

 

이것저것 정착업무들 때문에 영어공부는 최소한 한달 이후부터 시작하게 되는것 같다. 6월 말에 들어와서 7월 3째주가 되어서야 겨우 결심을 하게 되었으니까.... 애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유학원 사무실에 들어가는 시간은 9시 10분 정도,,,루니맘과 월요일부터 무료영어교실을 돌아다니기로 약속했더랬다. 가볍게 유학원에서 모닝커피를 마시고 ㅋㅋ

 

음,,그런데 먼저온 엄마들은 솔선수범해서 커피잔을 씼어주시거나 가끔씩 커피를 한봉지씩 가져다 놓아주시는것 같다. 처음에는 나도 손님처럼 놓아진 컵들을 그냥 쓰고 다 마신 컵을 부엌에 가져다 두었었는데, 며칠 다녀<?>보니 일찍온 순서대로 커피잔들을 좀 씻어다두는 것이 예의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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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영어 공부 한번 시작 해 보는 거야~'

 

1. Horly Triniti Church : 월~화 9:30 ~

 

월요일과 화요일은 Horly Triniti Church 라는 곳에서 영어교실이 있다. 오전 9:30 에 시작해서 2시간 가량 수업을 한다. 교회는 유학원이 있는 Devonport rd로 올라간 13번가에 있다. 유학원에서 5분도 안되는 거리에 꽤 규모가 큰 교회건물이다. " i'm lookinf for an english class!"  어떤 방인지 몰라서 입구에 앉아있는 사람에게 물었다.  다시 좁은 문을 통과해서 별관으로 넘어간다. 인도사람처럼 보이는 여자가 걸어가는 쪽으로 따라들어갔더니 벌써 20여명이 조금 못되는 외국인들이 이미 북적이고 있었다.

 

'여기구나'

 

한국사람들도 몇명 보인다. 4~5명정도의 한국인과 4명정도의 중국인, 러시아계통처럼 보이는 분이 2명정도, 그리고 키위할머니 서너분이 계셨다. 우리를 보고 반갑게 먼저 다가와 악수를 건네고 인사하시는 키위할머니들이 바로 클래스를 이끄는 리더들이었다.

 

이곳에서는 주로 성경을 가지고 공부를 한다. 성경은 영어공부를 하는데 정말 좋은 텍스트가 된다고 들었다. 어렵지 않고 쉬운 영어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토론거리가 많고, 배경지식이 되는 역사, 인물공부도 자연스럽게 되기 때문에 외국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바이블을 접하면서 영어를 쉽게 이해한다고 들었다. 정민이도 인도네시아에서 미션스쿨을 다녔는데, 그곳에서 성경책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구약에 나오는 스토리를 이야기책 읽듯이 텍스트로 이용해서인지, 깨알같은 원문 바이블도 아무어려움없이 집어들고 읽어내려간다. 기특한녀석,,ㅋㅋ

 

첫날 바이블에 나오는 한 에피소드를 비디오로 시청하고, 선생님이 준비한 복사물에 나온 질문들과 텍스트를 함께 읽으며 답했다. 같이 성경구절을 읽고 해석하고, 각각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발표하거나, 답변한 문장이 문법적으로 완벽한지에 대한 지적도 해주신다. '오우~ 아케데믹한 분위기..'

 

2시간으로 나누어 수업을 하는데, 첫 시간이 끝나면 가볍게 티 타임을 갖는다. 쿠키와 함께 커피나 티를 마시면서 그날 온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휴식을 갖는다. (근데 티타임 습관은 왠지 중독되는듯 한데,,전에 없던 과자먹는 습관이 생기는것 같아 조금 걱정이 되긴한다. ㅎㅎ)

 

티타임을 끝내고 두번째 시간은 두 그룹혹은 세그룹으로 나뉘는데, 짧고 가벼운 소설책을 복사해서 텍스트로 주셨다. 선생님이 수업준비를 꼼꼼하게 하시며, 무료로 듣기에 정말 아까운 강의라고 생각한다. (후에 어학원에 등록하면서 가장 아쉬웠던건 바로 이 Horly Triniti Church에서의 바이블수업이었다.  ) 끝으로 영어로 기도를 하는 순서가 있는데, 음,,,종교적인 의미를 떠나서 누구든 나서서 기도를 이끄는 것은 발표력도 키우고 깔끔하고 정제된 영어말하기의 좋은 훈련인듯 했다. 이곳에 오시는 한국아줌마들중 2명정도는 아주 깔끔하고 안정된 영어를 구사한다.

 

 

2. Historic Village 목요일 9:30~

 

타우랑가에서 가볼만한 곳으로 꼽는 이 지역은 카메론로드에서 17번가를 만나 들어가는 (오우~이런 지리적 설명이 가능하다니,,) 유학원에서역시 가까운 곳이었다. 나즈막한 옛날 건물들이 바글바글 모여있는 작은 마을처럼 보인다. 옛날 건물들이지만, 대부분 카페나 라디오스테이션, 크래프트공방이나 도자기공방등으로 운영되는것 같았다. Forresters Hall 은 다민족문화회로 운영되는 곳이라고 들었다.

 

목요일 하루만 클래스가 열리며, 참여하는 사람들은 독일인들이 3~4명정도, 한국인 5~6명, 그리고 영국인, 키위선생님이 리더가 되신다. 이곳에서는 특별한 텍스트가 있지 않지만 끊이지 않는 토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분위기다. 독일인들이 의외로 타우랑가에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이도 낳지않고 사는 독일인 산드라부부를 만났는데 2년여만에 남편이 영주권을 막 취득해서 그날 온 모든 사람들이 같이 축하해주고 박수를 쳐 주었다. 산드라는 남편덕에 job 을 찾고 있다고 했고, 알고보니 독일에서 교사일을 해왔다고 했다. 수요일은 수업이 없지만 같은시간에 이곳에서  newcomers' 모임이 새로 만들어 졌다. 타우랑가에 온 외국인들이 서로 친구가 될수 있는 모임이니 시간이 되면 꼭 나오라고 알려 주었다.

 

목요일 수업에서 수업료는 기부금 2달러코인을 받는다.

 

 

 

 

3. Elim Church 금요일 9:30~

 

유학원을 통해서 온 한국아줌마들이 가장 많이 참여하는 클래스다. 아주 편안하고 재미있는 모임으로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는 Sharlane 선생님이 이끄신다. 이분은 엘림교회를 중심으로 신앙생활을 하시면서, 특별히 영어튜터만 수년간 하신분이라고 알고 있다.유학원에서도 초등~고등~일반에 걸친 강의를 하시고 일주일내내 쉬는날이 없을 정도로 영어를 가르치는 일에 매진한다고 들었다. 한국인들을 많이 가르치셔서 그런지 한국말도 아주 잘하고, 유머도 있고, 여튼 수업시간은 내내 웃음바다와 수다로 왁자지껄하다. 음,,회원은 모두 한국아줌마들이고 가끔 한두명의 다른 외국인들이 오는것 같다. 수업료는 역시 기부금 2달러 코인이다.

 

 

이렇게 세군데를 다니면 일주일 내내 오전 시간은 아주 빡빡하게 돌아간다.

12시쯤 수업이 끝나면 가볍게 점심을 먹고 장을 보고, 집안을 치우고 나면 아이들을 데리러 학교에 갈 3시가 된다.

 

 

2주정도 무료영어교실을 다닌후 8월부터 와이카토에 등록하기로 결심했다.

 

유학원에 문의했더니 배사장님은 '왜 어학원을 등록하려는지 목표를 분명히 하라!!!!!' 고 소리를 꽥~

뜨끔~했다. 음,,,나의 얕은 정보력과 무대뽀적인 소신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맞아...목표를 분명히 하자.

 

이웃중에 캐나다로 유학을 가면서 엄마가 그곳 대학에 들어가서 아이들 학비가 무료로 ,,,뭐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허참~ 누가 그래요. 여긴 안그래요'

'애들 둘 학비나 엄마 대학비나 비슷한데, 서너명 보낼려고 그런다면 몰라도 두명보낼라고 대학가는거는 말이 안되죠.'

 

맞는 말이다.

 

어허,,,,영어공부,,

이거 어떤 노선으로 가야할지 고민할 문제다.

 

테솔/ 폴리텍/ 영주권/ 취업/ 호주/ 캐나다/ 인도네시아 / 학원 / 미국/영국/집을 팔아?/연금/ 노후/ 정착/ .....

 

고민속엔 어디에도 '한국'은 제껴놨구나. 나도 성훈도 이미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시작했으니 ....

 

문득 아직 너무 건강하시고 젊고 어느정도 경제력을 가지신 내 시부모님이 너무 감사하고, 무한한응원을 보내주는 내엄마와 아빠, 착한 올케와 든든한 오빠가 눈물나게 고맙다. 이들중 어느 누구 하나라도 건강에 이상이 있거나 불행하다면 우리가족의 이런 유학놀음은 불가능 했을거다.

 

누구나 혼자만 잘난줄 안다. 과정을 잊고 지금의 나만 생각한다.

정신 차리자.

 

출처 : 뉴질랜드 타우랑가 이야기
글쓴이 : Tony mom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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