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조기유학/뉴질랜드 조기유학

뉴질랜드에서 살다 한국에 돌아와보니 .. 파란 하늘 못본지 벌써 10여일째

Robin-Hugh 2010. 6. 24. 00:12

뉴질랜드로 이민을 가 6년을 살다 한국에 잠시 돌아온지 벌써 10여일이 지나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에서 35년이 넘게 살았던 한국이고요. 정말 힘들게 다시 찾은 고국 한국!

그동안 뉴질랜드 타우랑가에서 인연을 맺었던 옛 가족들도 만나 재회의 정도 나눴고,

정말 보고싶어 눈물나게 했던 우리 부모님들, 힘들때 생각 많이 나던 친구들, 동료들과도 소중한 시간 잘 보내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정말 값진 경험과 추억도 주위 많은 분들의 도움과 애정으로 분에 넘치는 받고 있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월드컵 축구 16강 진출에 우리 애국심은 최고로 고취되었고, 우리 아들들도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아들임을 더욱 뿌듯하게 느끼며 지내는 이번 한국 방문의 와중에도 늘 마음 한켠에는 그래도 살기엔 뉴질랜드가 좋다는 생각은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돈만 있으면 한국이 살기 제일이예요~" 하시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한국은 요즘 중간 고사를 바로 코앞에 두고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눈코뜰새 없이 공부한다고 합니다.

11, 12시까지 학교에서 자습을 마친 뒤 다시 학원으로 가서 새벽까지 공부하다가 귀가해서 그나마 숙제 하느라 새벽까지 책상에 앉아있고, 새벽에 부시시 일어나 아침 8시까지 학교로 등교하는 모습들.  좁은 학교 운동장에서 흙먼지 풀풀 날리며 축구하는 모습들, 학교 마치자마자 이 학원, 저 학원으로 매일 바쁘게 (부모님과 떨어져)– 혼자서 외롭게 전전하는 아이들처럼 로빈과 휴 사촌들도 마찬가지더군요. 아빠는 일하시느랴 바쁘고, 아이들만 이 가방 저 가방 바꿔가며

이리로 저리로 매일 힘든 행군을 하는 모습도 다시 생생하게 옆에서 보고 있습니다.

많은 부모님들 만나 이야기하다 보면 우리 아이들이 불쌍해요~” 이구동성입니다.

 

다시 만난 동료들에게,

"아이들도 보고 싶으니까 가족들과 함께 다 모여서 식사하자" 그러니... 요즘 때가 어느땐데 밖으로 나오냐며...

학원에, 숙제에... 지켜보시는 부모님 힘들고, 아이들도 지쳐가고,,,

옆에서 다들 그러니 안할 수도 없고, 학원에 안가면 친구를 만날 수도 없고...

쓸데없는 암기 과목은 왜 그렇게 많은건지 이해하기 어렵다고들 하십니다.    

 

얼마전 한국 TV를 보는데 당신은 학부모입니까? 부모입니까?”하는 공익 광고 속 문구가 팍 박히더군요.

학부모는 앞만 보며 남을 이기라고 하고, 부모님은 주위를 둘러보면서 남과 어울리는 것을 가르킨다는 내용 등이 기억이 납니다.

 

여러분은 학부모님이신가요? 부모님이신가요?

 

파란 하늘은 고사하고 태양을 본지도 한국 도착 첫날부터 시작해서 10여일이 지나도록 한번도 없습니다. (오늘 저녁 달 모양은 좀 제대로 보입니다만). 서울 강남에서 양재역까지 뿌옇게 깔린 안개인지, 스모그인지 가시거리는 50미터 밖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한국에 계신 분들께 여쭤보니 "장마를 앞두고 요즘 더욱 안좋다'고 하십니다만..

 

사진을 몇장 찍어보니 바로 코앞에만 하얗고 뒤는 뿌옇습니다. 색깔도 흐리멍텅하게 나옵니다.

도시에서 초록색이라는 것은 군데군데 조경된 가로수 몇 그루 뿐이고요,

아직 바닷가를 한번도 가보지 못하고 서울, 대전에만 머물다 보니 타우랑가 시원한 푸른 바다와 하늘이 점점 그리워집니다.

싱그러운 꽃향기, 은은한 나무 냄새, 잔디깍은 뒤의 풋풋한 풀냄새, 지금은 쌀쌀하겠지만 순수 청정 공기에..

부대끼는 사람들 적어 모두가 귀하게 대접받으며 살아가는 ...  

한가하고, 넉넉하고 여유있는 타우랑가가 점점 더 그리워집니다.

 

한국에 입국하기 전 우리 아이들은 한국말을 잘 못하는데 어떻게 다니냐며 걱정을 하더군요. 읽기도 제대로 못하니 그 걱정은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였나봅니다. (앞으로 한국어 공부 열심히 하겠죠!)

 

오늘 드디어 한번 당했습니다.

아파트 놀이터에 사촌들이랑 축구하러 나가서 동네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놀다가...

어떤 여자 아이가 ~*” 이라는 말을 했다더군요. 무슨 말인지 모르는 로빈이가 신발?’ 하고 물어보니까 그 아이들이 뭉쳐서 웃으며 그런 말도 모르냐?”며 놀려댔다고 합니다. 맘이 약해빠진 로빈이가 결국 울면서 아파트로 올라와서는 분을 참지 못하고 통곡을 합니다.

사촌 여동생이 하는 말 왜 잘 놀다가 그런 이상한 욕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거듭니다.

둘째 휴는 '뉴질랜드에도 가끔 나쁜 아이는 있는데 한국 아이들은 더 나쁜 것 같아~" 합니다.

지난 번 축구공을 몰래 숨겨놓았던 사건 이후 이번이 두번째로 당했던 것을 기억해냅니다.    

 

혹시 첩첩산중인 뉴질랜드 이민을 힘겹게 꿈꾸시는 분들껜 정말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이래저래 다시 뉴질랜드 푸른 초원과 파란 하늘과 흰구름, 게다가 우리 가족이 선택한 아름다운 도시 타우랑가와 마운트 망가누이가 이래저래 자꾸 눈에 어리는 밤입니다. 뉴질랜드 학교에서는 외국인이 영어를 못한다고 해서 절대 그런 일은 없을텐데...   

 

지금 타우랑가에 계시는 우리 주위 많은 회원님들도 한국의 가족과 떨어져 지내시는 정말 소중하고 힘든 시기에, 정말 뉴질랜드에서, 타우랑가에서만 얻고 경험할 수 있는 것들 최대한으로 누리시게 되길 바라는 마음 또한 큽니다. 잠시 돌아와 겪어보니 더욱 소중해지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비록 1-2년의 짧은 기간이나마 더욱 부지런하게 다니시며 느끼며 많은 것을 누리시는 시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 더 커집니다. 

한국이 다 나쁘다고 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한국과 다른 것들을 뉴질랜드에 계시는 동안 부모님들도, 우리 학생들도 맘껏 누리시게 되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한국에 다시 두고 떠나야 하는 부모님들, 형제들, 친구들과의 이별이 다시 아프겠지만

뉴질랜드에서 아이들 키우고 교육시키고자 했던 지난 결심엔 흔들림 없이 잘한 결정이라고 위안하는 밤입니다.  

 

(뉴질랜드로 이민 가 잘 살고 있다는 자랑이라고 흉보지 마세요. 오늘 제 부모님께 불효하는 자식으로서 너무 가슴이 너무 아파서 이렇게라도 마음을 다지며.. 내 자식들 핑계로 달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 더 열심히 살아야죠~~ )

 

  서울 인사동에서...

 

  그리고 다시 그리워지는 타우랑가 파란 하늘 .. 

 

  아이들이 이렇게 작았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