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여행 마지막 날.
정든 Paihia 를 떠나며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Waitangi와 Haruru Falls에 들르기로 합니다.
자료사진
조오기 오른 쪽 위쪽에 잔디밭 있는 곳이 Waitangi Treaty Ground (라고 추정됩니다. ^^)
Waitangi는 the Birthplace of New Zealand 라고들 하죠.
처음 여행 계획을 짤 때 Waitangi를 크게 고려하지 않았었는데, 바로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있는데다, 학생들을 위한 뉴질랜드 역사교육이라는 나름 교육적인 목적의식으로 찾았던 곳입니다.
말하자면 역사 유적지인데, 제 개인적인 역사 유적지에 대한 기억이, 별로 재미없고 읽어야할 안내판들로 가득한 엄숙한 곳이라는 것이어서 썩 내키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냥 조그만 역사적 건물 달랑 한채를 예상했던 저에겐 약간 의외로 Waitangi Treaty Grounds는 매우 넓은 지역이 공원처럼 조성되어 있고 멋지구리한 입구 홀에서 뜻밖의 비싼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뉴질랜드 입장에선 나라가 탄생한 아주 중요한 곳인데, 이렇게 잘 해놓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뉴질랜드 많은 곳이 그렇듯 아이들 입장은 무료입니다. (어른은 도네이션 형식으로 $25)
그리고 아이들에게 나이에 맞게 미션 페이퍼를 하나씩 줍니다.
미션 페이퍼에 있는 와이탕이 조약에 관한 여러 퀴즈를 풀면, 다시 나올 때 입구홀에서 사탕과 작은 기념품, 그리고 와이탕이 조약의 사본까지 선물로 받습니다.
우선 입구 홀에서 조금 걸어 들어가면 나오는 역사 전시관을 보며 어떻게 조약이 만들어졌고 어떤식으로 마오리 부족장들을 설득했으며 뉴질랜드측은 누가 주축이었고, 마오리 부족장 중 누가 서명을 했으며 누구는 끝까지 반대했었는지... 요런 내용을 알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전시관을 나와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작은 숲을 지나 널따란 잔디밭이 있는 언덕이 나오고 잔디밭 끝에 바로 총독관저가 나옵니다.
평범하고 소박한 1800년대 중반의 이 목조 주택보다 기가 막힌 것은 그 앞 잔디밭 너머로 보이는 풍경입니다.
집에 비해 말도 안되게 넓은 앞마당(?) 너머로 Bay Of Islands 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
캬~~~ 이런 걸 일컬어 백만불짜리 전망이라 하겠죠.
별 호사스런 물자가 없었을 이민 초기, 대신 이런 멋진 전망의 명당을 고른 그 누군가의 선구안이 정말 대단하다 생각됬습니다.
이 넓은 잔디밭은 그 당시 집회를 위해 쓰였던 일종의 광장인 듯 싶습니다.
집 내부는 예전 초창기 총독시절의 모습으로 방들을 꾸며 놓았고, 뒤쪽 방들은 뉴질랜드의 탄생 당시의 역사적 사료들을 전시 설명해 놓은 작은 박물관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뉴질랜드 역사 중 가장 중요한 와이탕이 조약, 바로 뉴질랜드 정부 탄생의 기초가 된 그 조약이 이 집에서 만들어 졌고, 1840년 6월 당시 영국빅토리아 여왕을 대변하는 대표들과 500여명의 마오리 부족장들이 저 잔디광장에서 그 조약에 싸인을 했답니다.
요게 바로 와이탕이 조약문인데 여기 전시된 것은 물론 사본이고 원본은 웰링턴 의회에 있다고 하네요.
저 조약문 아래쪽에 다들 싸인 했다는데, 당시 마오리들이 저렇게 정갈한 핸드라이팅이 됐다는 건지...
누군가 대필해 준 건지... (글씨가 한 사람 글씨 같잖아요? 담에 가시는 분 이 부분을 좀더 깊이 연구해서 알려주삼~ ^^)
초대 Governor James Busby가 서재에서 와이탕이 조약문을 작성하고 있는 모습.
방문을 열면 바로 저런 풍경이 펼쳐집니다. 캬~~~
집 주변의 정원은 아주 정갈하게 관리되고 있었는데, 실제로 여러차례 뉴질랜드의 가드닝 어워드를 수상한 정원이라고 하네요.
예전 초기 총독들도 가드닝에 매우 신경썼던 분들이라고 해요.
뉴질랜드 가드닝의 역사가 깊네요. ㅎㅎ
관저 주변 정원에는 요렇게 생긴 새들이 새로 생긴 가족을 건사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머리 위에 멋진 장식을 꽂고 있는 듯한 수컷이 높은 곳에서 망을 보는 가운데
어미가 정말 콩알만한 어린 새끼들을 데리고 다니는 모습.
새끼들이 너무 귀여워서 자세히 보려고 다가가니까 수컷이 어쩔 줄을 모르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가족들에게 경고 신호를 보내고
암컷과 아가들은 정원속으로 혼비백산~ 미안했다 얘들아...
이 새 이름이 무엇인지 아시는 분~
총독관저 옆에는 마오리 회관 양식의 미팅 하우스가 있는데, 그 앞에서 마오리 환영의식을 하고 내부에선 공연을 하는 모양이었습니다.
이 걸 보려면 약 15불을 더 내야 하므로 우린 패스~
그 대신 저 푸른 초원 위에서 아이들과 한참을 놀았습니다.
잔디밭에는 각종 놀이 및 운동용품들이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초기 총독관저의 아이들이 갖고 놀았던 놀잇감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고전적인 모양의 테니스채, 배드민턴채, 크리켓 장비, 줄넘기용 긴 로프, 로프 고리 던지기 등등...
스마트폰도 게임기도 없던 시절 아이들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신나게 놀았을 거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도시락 싸와서 한 나절 피크닉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옮깁니다.
Waitangi 에서 또 5분 거리엔 Haruru Falls 가 있습니다.
이 동네에서 가장 넓은 폭포던가... 하지만 정말 아담한 폭포입니다.
자료사진
원래 요래야 하는데 최근 비가 거의 안와서 수량이 많이 준 모양입니다. 그래서인지 폭포 주변 여기저기 원래는 수로였던 곳 바위 사이사이에 웅덩이들이 생겼고 여기에 작은 송사리 같은 물고기들이 많이 들어 있다는 것을 발견한 아이들은 또 한참동안 맨손으로 물고기 잡기에 심취합니다.
물고기들이 좀 시달렸는지, 우리 지우 손에도 잡히는 녀석도 있습니다. *^^*
이제 다시 열심히 달려달려 왕가레이에서 잠시 늦은 점심을 위해 멈추고
(이번에는 트립어드바이저도 별 도움이 안되고, 맥도날드를 발견하고 반가워서 들어갑니다.),
오클랜드의 Mt. Eden에서 오클랜드시를 굽어 봅니다.
이 번에 처음으로 오클랜드 북쪽으로 여행을 다녀 왔는데, 북쪽 고속도로를 따라 죽 오클랜드 시내를 향해 달려오는데, 저~ 멀리서 나타나는 오클랜드 전경이 참 멋집니다.
나름 대도시인데 공기도 깨끗하고... 맑은 공기속에 보는 대도시는 참 더더욱 멋집니다.
서울도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와 미세먼지만 아니면 더 멋질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클랜드에 도착하니 이미 저녁시간이므로 이왕 늦은 거 한국식당을 찾아 저녁 먹고 가기로...
처음에 숯불구이집인 줄 알고 찾아간 지하주점에 줄 서서 기다리는 수많은 젊은이들을 보니 불타는 금요일이 맞나 봅니다.
근데, 그 젊은이들이 모두 한국 젊은이들이라는 점에 뭔가 복잡한 감정이 느껴졌습니다. 씁쓸하기도 하고...
오클랜드가 항구쪽을 제외하면 개인적으로 그리 매력적인 도시는 아니지만, 그래도 오랫만에 늦은 저녁 대도시의 거리를 돌아다니는 기분도 괜찮았습니다.
이 번 방학도 이렇게 여행 한 번 끝나는 군요.
다음 방학 땐 어디로~~~?
'뉴질랜드 여행·골프 > 뉴질랜드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국 왕실의 윌리엄, 케이트 왕세손 부부를 뉴질랜드에서 본 날 - Cambridge goes crazy (0) | 2014.04.15 |
---|---|
오클랜드 파넬에 위치한 프렌치 Famer's Market - La Cigale (0) | 2014.04.14 |
Re:영국 로얄 패밀리 윌리엄 왕세손 가족의 뉴질랜드 숙소는? (0) | 2014.04.09 |
타우랑가의 하이킹, 트레킹 등산로 정보 모음 - 산으로 갈까요? 해변으로 갈까요? (0) | 2014.04.08 |
뉴질랜드 타우랑가의 주말, 야외 시장이 이렇게 많네요 (0) | 2014.0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