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3일 째 아침이 밝았습니다.
전날 우리는 Fox Glacier Top 10 Holiday Park 리셉션에서 빙하지역 헬리콥터 투어를 예약했습니다.
일년만에 가족들 보러 오는 남편이 이 번 여행엔 할 만한 건 다 하자기에
평소라면 엄두도 안 냈을 비싼 (!!!) 투어를 해 보기로 마음 먹었죠.
어제는 구름이 너무 많아 투어를 못했는데, 다행히 (?) 오늘은 짧은 20분 짜리 투어는 가능하답니다.
처음으로 헬기를 타 보는 것이라 기대를 많이 했는데, 하늘로 붕 떠오를 때의 기분은 참... 뭐라 표현하기 힘드네요.
Mt Tasman을 향해 날아가니 폭스 빙하가 점점 모습을 드러냅니다.
하늘에서 빙하를 내려다 보니 전 날 걸어가서 봤던 빙하는 전체 빙하의 5분의 1도 안되는 것 같습니다.
그 차갑고 거대한 모습에 자연에 대한 놀라움과 두려움이 엄습하는 느낌.
헬기는 빙하 옆(위가 아니고) 눈덮인 산에 사뿐히 내려 앉습니다.
구름이 많아서 아쉽게도 마운트 쿡도 안보이고, 저 아래 마을도 안보이고...
직접 등반하는 수고를 들이지 않고 빙하 위쪽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의미였을까요.
만약 헬리콥터 투어를 한다면 낮은 구름이 거의 없는 맑은 날을 택하시는게 비싼 값을 할 것 같습니다. ㅜㅜ
짧은 헬기 투어를 마치고 내려가는 길에 본 반대 쪽 하늘은 저리 맑은데...
오늘의 목적지인 Wanaka를 향하기 전에 헬리콥터 사무실에서 추천을 받아
Lake Matheson 옆에 있는 Matheson카페에서 아침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폭스글래시어 타운십에서 차로 약 5분여 달려가면
시골 목장들 사이에 난데 없이 아주 세련되고 멋진 카페와 기념품 가게가 나타납니다.
전면 유리를 통해 보이는 풍경이 아주 시원합니다.
여기서 조금만 걸어가면 뉴질랜드 사진 엽서에 자주 나타나는 Lake Mathesson이 있지만,
춥고 바람 부는데다 비도 조금씩 오고 오늘의 목적지인 Wanaka 행을 서두르기 위해 생략합니다.
엽서 그림들을 보니 참 예쁜 경치던데 아쉽네요.
나가는 길에 카페 바로 앞의 기념품점에 들렀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물건이 많아서 좀 시간을 많이 보냈습니다.
Haast를 향해 내려가는 길, 비는 점점더 심하게 오기 시작하고...
2시간여 달려 내려간 길인데...눈 앞에 펼쳐진 믿지 못할 광경은...
Haast Pass Closed!!! 라는 전광판과 길을 가로막은 바리케이드.
뭐지 이 상황은???
차를 돌려 Haast의 인포메이션 센터로 가 보니 바로 15분 전에 바위가 흘러 내려 길이 막혔답니다.
오 마이 갓!!!
이건 계획에 없었는데... 안 그래도 일정 빡빡한데...ㅠㅠㅠㅠ
언제쯤 길이 뚤리겠냐 물으니 안내소 직원 말이, 하루가 걸릴 지 일주일이 걸릴 지 며느리도 모른다는 말씀.
여기서 기다려야 하나 어째야 하나 갈등하는데, 남편이 결단을 합니다.
왔던 길을 다시 거슬러 올라가 돌아서 남으로 내려가자!
그림으로 보면 이렇습니다.
빨간색 동그라미가 Haast 이고 노랑 별이 목적지인 Wanaka.
빨간색 줄이 원래 계획한 경로라면 초록색 줄은 우리가 지금부터 돌아가야 할 길인 겁니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이 방법 밖에 없었지만, 으헝~~ 너무 끔찍했습니다.
여러가지 생각이 복잡하게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아침에 그 비싼 헬기 투어만 안했어도...
카페에서 여유부리며 식사만 안했어도...
기념품점에서 시간만 안보냈어도...
아님, 여행 떠나기 전 뉴스에서 Haast Pass 지역에서 산사태로 길 막히고 캠핑하던 관광객들 2명 사망했다는 기사 났을 때 이런 사태를 염두에 뒀어야 하는 것이었던가...
이런 후진 남섬같으니... West Coast에서 퀸스타운 쪽으로 넘어가는 길이 어째서 하나 밖에 없냐고,
근데 그 길이 왜 툭하면 산사태로 막히냐고요~~~!
알고보니 이 길이 최근 한달 동안 21일이나 통제됐었답니다.
이 비오는데 꿀꿀하게 바닷가 홀리데이 파크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 보단 남편 말 대로 돌아서라도 가는게 낫겠다 싶어 길을 떠납니다.
남편은 한 술 더 떠서 오늘 강행군을 하여 Lake Tekapo 근처까지 가자지만, Arthurs Pass에 도착하기도 전에 하늘은 어둑어둑해 지고, 그 꼬불꼬불한 길을 어두운데다 비까지 오는데 지날 일이 영 엄두가 안나서 첫 날 지냈던 Greymouth 캡핑장에서 쉬기로 했습니다.
다음날 다시 아침일찍 출발.
역시 Arthurs Pass를 비오는 밤에 넘어가지 않길 잘했어~ 스스로를 토닥이며 꼬불꼬불 산길을 넘어 갑니다.
Arthurs Pass 를 넘어가자 빠꼼히 모습을 드러내는 파란 하늘.
정말 West Coast는 WET Coast 가 맞구나 다시 한 번 실감합니다.
암튼 꿀꿀함은 이제 저리가라!
좋은 날씨와 아름다운 경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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