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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창의력은 어디서 오는가? - [명강]을 읽고

Robin-Hugh 2012. 11. 18. 19:05

얼마전에 새로 도착한 책 중에  '일생에 꼭 한 번은 들어야 할 [명강]" 이란 책이 있습니다. 


<신동아> 창간 80주년 기획 '한국 지성에게 미래를 묻는다'  강연 시리즈를 책으로 엮어낸 것입니다. 

정신적 양식이 필요하다. 초인보다는 교양시민이 필요하다 등등 명사들의 강연 내용이 담겨져 있습니다.  


이중에 '교육' 관련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의 '창의적인 리더의 뇌에서 배운다' 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그중 몇 대목을 추려서 올려봅니다. 


"의사의 선택, 결정 중에서 가장 고등한 것이 창의적인 의사 결정입니다. 뭔가 옵션이 있을 때 그 중에 하나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새로운 옵션을 만들어서 그것을 선택하는 것, 이게 창의적인 리더들이 보이는 특징입니다. " 


"창의적인 사람들은 '혁신의 실마리'를 굉장히 엉뚱한 곳에서 찾습니다. 그래서 어떤 문제를 완전히 다른 각도로 바라보고,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한번 연결해 보려는 노력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거예요.  내가 하고 있는 일과 취미가 완전하게 다를수록 그 혁신의 임팩트는 더 커질 수 있습니다.    


혁신의 실마리는 엉뚱한 곳에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예술의 창조적 근원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그는 은유하고 대답했어요. 메타포. 'A는 B이다'. 이 등식을 만드는 것. 이게 엄청난 능력이라는 거예요. A와 B가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일수록 그 사이에 등식을 넣는다는 건 굉장한 창의성을 요구하는 거죠. "


특정한 어느 뇌 영역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계속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평소 연결되지 않은, 멀리 떨어져 있던 뇌 영역이 연결되면서  어떤 문제를 다른 각도로 바라보고, 상관없는 것을 연결하고 , 추상적인 두 개념을 잇는 그런 놀라운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훈련할까요? 

제가 수업 중에 학생들한데 자주 하는 겁니다. 

예를 들면, 제 연구실에 책이 굉장히 많거든요. 책꽂이에서 아무 책이나 꺼냅니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거기 있는 아무 문장이나 고르게 해요. 꽂아놓고 또 다시 아무 책이나 빼요. 아무 페이지나 펼치고 그 중에서 한 문장을 고릅니다. 이렇게 다섯 문장을 고른 다음, 이 다섯 문장이 들어가는 소설을 쓰라고 해요. 그러면 학생들이 굉장히 창의적으로 그 문장과 문장사이를 메웁니다.  그냥 소설을 쓰라고 하게 하면 뻔한 소설이 나오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쓰라고 하면 이 안에서 논리적인 구절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그러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거죠." 


"나만의 인생 지도를 그려라" 


저는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지도 읽는 법을 가르켜 줍니다. 손에 지도를 쥐여 줘요. "자, 네가 지금 여기 있다고 가정해보자. 네 목적지가 여기야. 제일 빨리 가는 법을 찾아라. 자, 네가 지금 여기 있어. 그런데 저기로 가야 돼. 어떻게 가야 되지?... 

이런 걸 열심히 가르칩니다. 그리고 "자, 이제 세상에 나가라. 너는 이제 지도 보는 법을 알게 됐으니 세상에서 길을 잃지는 않을꺼야 " 내보냅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세상에 나가서 젊은이들이 해야 할 일은 자기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지도를 그리는 일입니다. 아무도 지도를 주지 않아요. 자기가 지도를 그려야 돼요. 


세상은 앞으로 어떻게 돌아가고, 어느 분야가 유망하고, 사람들은 어디에 모여 있고, 여기는 어떻게 되고 저기는 어떻게 될 건지 굉장히 많은 곳으로 돌아다녀야 되고, 굉장히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 많은 책을 읽으면서 자기가 앞으로 대면하게 될 세상에 대한 지도를 그리는 일을  해야만 내가 그 지도 안에서 어디에 둥지를 틀고 머물며 내 인생을 누구와 어울릴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교육에서는 지도 그리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고, 지도를 그릴 시간도 주지 않습니다. 

...

스펙 쌓기에 급급했죠. 

지도를 그려본 사람만이 - 설령 그게 완벽하지 않고 한쪽으로 치우쳐 있고 자신의 경험에 기반을 둔 지도라도 - 자신의 지도를 평생 업데이트하면서 세상에 대한 이해를 갖고 자기가 선택한 것에 확신을 가질 수 있습니다. 


10대, 20대, 30대 분들은 지도 만드는 연습을, 자기 나름의 지도를 그리는 연습을 하셔야 됩니다. 그러지 않으면 40대, 50대, 60대가 되어서도 남의 지도를 엿보려고 합니다. 남의 지도만 기웃거리는 사람이 됩니다.  


지적 능력이란, 공부로 얻은 다양한 방법을 이해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세상에 나가 해결 방법을 알 수 없는 새로운 문제들과 맞닥뜨렸을 때 그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바로 그 사람의 능력입니다. 아무도 답을 가르쳐 주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나만의 답에 도달할까,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혁신의 실마리를 통해 내가 평소 잘 알고 있는 지식들을 십분 활용해서 나만의 지도를 그려보세요. 

의사 결정을 주어진 정보안에서 신중하면서도 빠르게 하고 내 생각이 틀렸다는 판단이 들면 언제든지 조정할 수 있는 그런 

유연한 사고를 하는 창의적인 리더가 되시시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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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되시죠?   

이 책에는 송호근 , 유홍준, 정재승, 최재천, 김지하, 문정인, 이덕일, 도정일 등 8명의 현대 지성들이 미래 사회에 대한 진단과 각자의 해답을 내놓고 있는 '명강'을 모아두고 있습니다. 


유홍준 교수가 작가정신의 전제인 장인정신의 부재 현실을  꼬집으며 말한 'God is in the details' 란 말도 기억에 남습니다. 


최재천 교수는 "모든 일의 종국에는 글쓰기가 있다"고 합니다. 

또,  21세기 미래 고령화 사회에서 지금 대학생들은 평생 적어도 5번, 6번은 직업을 바꿔야 된다는 미래학자들의 예측을 전하면서 폭넓은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특히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취미가 아닌 일로 하는 독서'의 필요성도 말하고 있습니다.  즉,  60-70년간 일해야될지 모르는데 대학 때 조금 배운 것 하나로 살 수는 없다.  우리 자녀들은 새로운 직업에, 새로운 도전에 늘 부딪히며 살아야 되기 때문에 무엇보다 '다양한 독서'가 필요하고,  종국에는  '글을 잘 써야 된다'고 말합니다.   


주옥 같은 말씀들 많습니다. 

뉴질랜드 타우랑가에서 자녀들 교육에 몰입하고 계시는 우리  부모님들이 먼저 읽어보시고 

아이들과 대화해보시는 좋은 교재가 되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