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조기유학/뉴질랜드 조기유학

조기유학 열병앓는'기러기 아빠' 집담회 (경향신문)

Robin-Hugh 2007. 7. 21. 21:21
2007한국인의 자화상]  (7)조기유학 열병앓는 ‘기러기 아빠’
[경향신문] 2007년 07월 09일
 
조기유학 바람은 상류층에서 중산층으로까지 열병처럼 번지고 있다. ‘한 다리 건너면 기러기 아빠’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들은 매년 3만~5만달러의 유학비용은 물론 부부·가족간 생이별을 감내한다. 이런 고통과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해야 하는 이 ‘교육 엑소더스’란 무엇인가. 지난 6월9일 3명의 기러기 아빠가 경향신문 회의실에서 모여 항상 곁에 두어도 부족한 아이를 이역만리로 떠나 보내게 된 사연을 이야기 했다. 이들은 아이들을 벼랑으로 내모는 우리 사회의 ‘영어 만능주의’와 ‘입시지옥’에 관해 매우 강한 비판을 했다. 경향신문 사회부 최민영 기자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집담회는 참석자 요청에 따라 익명으로 했다.


경향신문 집담회에 참석한 ‘기러기 아빠’들이 지난달 7일 경향신문 휴게실에서 잠시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집담회에는 3인이 참석했으나 1명은 사진촬영에 응하지 않았다. /김정근기자
사회(최민영 기자)=조기유학 보내기로 결심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김익준(가명·54세)=저는 애가 둘입니다. 내 소신은 애들한테 과외도, 영어공부도 안시키는 것이었어요. 둘째 아이가 영어유치원에 등록해 가방을 받아왔을 때 ‘우리 말부터 배우라’며 아내랑 싸워 결국 가방을 억지로 반납시켰어요. 그런데 애가 초등학교 취학하고는 내가 졌습니다. 학원 안가니까 친구가 없어요. 애가 ‘왕따’를 당해도 학교에서는 관심도 없었어요. 가만 생각해보니 우리나라는 영어만 잘하면 뭐든 ‘오케이’더라고요. 그래서 조기유학 초창기인 1990년대 후반에 중학생이던 첫째와 둘째를 모두 미국에 보냈죠. 당시 주변의 고위 국가공무원들이 자녀들을 막 조기유학 보내기 시작하던 때였습니다. 자기들 자식 편하게 살 수 있게 정책 개발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괘씸하게도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어요. 자기 애들 대학갈 즈음에 국내 대학들이 영어 잘하는 애들을 위한 특별전형을 만들더라고요.

구영찬(가명·48세)=나는 아이 둘과 애엄마를 미국에 보낸 지 4년 됐습니다. 둘째애 때문에 결심했어요.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학교 갔다가 가방 안이 텅 비어 있는데 집에 와도 ‘그냥 친구들한테 빌려줬다’고만 대답하더라고요. 초등 2년때 선생님들이 미국 가면 ‘왕따’ 없고, 아이도 잘 적응할 것이라고 조언하더군요. 능력이 되든 안되든 우리 애한테 새로운 교육환경을 주자고, 이렇게 생각했어요.

최세현(가명·50세)=우리 딸애는 중학교 2학년 때 보냈고 지금 고등학교 2학년쯤 됐어요. 애엄마가 먼저 조기유학을 제안했지만 한달가량 “그렇게는 못한다, 월급쟁이가 어떻게 그러냐”고 버텼어요. 그런데 애가 출근하는 내 손에 “아빠, 이거 한번 읽어보세요”라며 편지를 주더라고요. 자기 학교 생활을 적은 것이었어요.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저녁 학교 끝나고 학원 가서 자정에 돌아오면 또 새벽 2시까지 숙제하고…. 시험 때는 더 심하더라고요. 아이는 “나중에 커서 누가 어린 시절에 뭐 했냐고 물어보면 아무것도 할 말이 없을 것 같다”고 해요. 그 말에 두손 들었어요. 딸애는 몰라도 늦둥이인 5살배기 아들은 그래도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게 할 생각입니다.

사회=조기유학, 효과는 있었나요.

최세현=우리 딸은 수수깡처럼 말랐었는데 보낸 지 1년 만에 스트레스를 벗어나서 건강해졌어요. 거기서도 여전히 우리나라 엄마들은 ‘두들겨 패가면서’ 공부시키지만 아이들에게는 여기보다는 여유가 있어요.

김익준=난 얻은 게 있고 잃은 게 있습니다. 얻은 것은 애가 중·고등학생 기간을 무척 행복하게 지냈다는 거예요. 잃은 것은 내가 가족과 몇년간 떨어져 살았다는 것입니다. 정상적으로 애들을 예뻐하면서 키울 기회를 이 나라 위정자들이 박탈했어요. 내 결단이었지만, 배경을 제공한 것이죠. 꼴보기 싫어요.

최세현=한 예로 우리 회사의 한 분은 재작년에 아이가 강남 8학군의 모 고등학교 3학년이었는데 반 남학생 중 1, 2등 하고 여자까지 합치면 8등쯤 했어요. 한달에 과외비가 적게 들 때 400만~500만원, 많이 들 땐 1000만원도 들었다더라고요. 그렇게 돈 많이 들여가지고 등수가 많이 오르냐고 물었더니 그게 아니라, 그 돈 들여서 등수 유지하는 게 목표라는 겁니다. 목표로 하는 대학이 어디냐고 물어봤어요. 우리 때는 공부 못해도 서울대, 연·고대 반이었고 다른 반은 없었습니다. 그랬는데 목표가 서울대 연·고대도 아니고 ‘인(in) 서울’대였습니다. 그것도 불안해 하더라고요. 그렇게 공부를 시키는데도. 그 분은 자정쯤 퇴근할 때 부인한테 전화가 옵니다. 애 과외 중이라 방해될테니 좀 있다 들어오라고요. 좋은 과외선생 잡으려면 12시 넘어서 수업받는 것도 감내해야 된다나. 그 정도 돈이면 미국에서는 웬만한 대학교에 갈 수 있습니다. 사실 아이 조기유학 보낼 때 아내가 설득하며 하는 얘기가 “당신 유학비 아까워서 그러는데 고교 때 과외비는 뭘로 댈 거냐, 그 돈이면 유학간다” 그러더라고요.

구영찬=이번에 11학년된 딸애는 한국에 들어오고 싶어하는데 다시 한국에서 교육을 받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둘째애는 내가 워낙 예뻐하는지라 지난 3월 미국에 만나러 갔을 때 “여기 안맞지? 아빠랑 같이 한국가자”고 운을 떼봤어요. 그런데 말수도 적은 애가 조그만 목소리로 “아빠가 와요” 이러더라고요. 여기 교육환경이 싫은 겁니다. 그래도 거기는 학교폭력이라는 게 없으니까요.

김익준=내 생각은 좀 달라요. 그쪽 선생은 결코 따뜻하지 않습니다. 폭력사건이 일어나면 어떻게 학생을 퇴학시킬까를 고민하지 봐주는 게 없어요. 체벌도 안합니다. 여차하면 잘라버리면 그만이니까요. 애정이 없어요.

사회=아이들 대학도 미국에서 졸업시킬 계획입니까.

김익준=미국 대학은 도대체 입학사정의 기준이 뭔지 밝히질 않아요. 1등이 떨어지고 10등이 붙어도 저간의 배경을 알 수가 없습니다. 조지 부시 대통령 같은 사람도 예일대를 나옵니다. 학비가 일단 너무 비싸니까 가난한 사람은 돈이 없어서 포기하고, 거기에 불만을 안가져요. 우리 국민은 그런 식의 선발을 견디지 못합니다. 그 나라 제도를 꼭 좋다고 할 수 있습니까.

우리 둘째애는 한국에 돌아와서 고등학교를 다녔어요. 지금 고3입니다. 애가 죽어요. 아침에 내가 자고 있을 때 애는 나가고, 자정 넘어도 애는 안오고 내가 먼저 잡니다. 주말에나 보고 ‘힘들지?’ 물어보면 ‘괜찮아요’라고 합니다. 내신으로 애를 왜 이리 괴롭힙니까. 미국처럼 돌머리라도 부잣집 애로 뽑는 식이면 차라리 모르겠어요. 애가 고1 때는 과외 안받았는데, 고2 올라가서 과외받게 해달라고 조르면서 “진작 과외받았으면 내신이 더 나았을걸” 얘기하는 모습 보면서 자괴감마저 들었습니다. 애가 텝스(TEPS) 만점에 가까운데, 학교 내신 영어시험에서는 하나 틀려서 내신 3등급입니다. 말이 됩니까.

미국에 유학갔다 온 박사들이 우리나라 정책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게 아주 불만입니다. 어느 아프리카 사막 지역 추장이 미국에 갔는데 사막에서 물이 콸콸 나오는 게 너무 좋아서 수도꼭지를 떼서 가져갔답니다. 물이 나오겠나, 안나옵니다.

그런데 우리는 뭔지도 모르고 무조건 영어 타령입니다. 가까이 지내는, 돈 없는 친구들은 가슴을 칩니다. 내 애가 영어를 못하는 이유가 조기 유학을 못보내줘서 그렇다는 거예요. 국내에서 가르치려니 됩니까. 그런데 정책결정자들, 이 인간들 하는 짓 봐요. 영어 잘한다고 대학 어느 과든지 갈 수 있는 나라가 어딨나요. 정책을 하는 사람들이 제 새끼 챙기느라 국민을 배신했어요. 요즘엔 영어 잘하면 의대도 갑니다. 이렇게 만들어놓고 못가진 사람 가슴 치게 만들어요. 교육부 미국박사 출신들 다 나쁜 놈들이고, 이렇게 만든 정치인들도 나쁜 놈들입니다.

구영찬=대부분 국민들이 공감하는 말입니다. 대학뿐 아니라 입사할 때도 토익, 토플, 텝스 봅니다. 우리도 경제 대국인데, 영어를 그렇게 강제로 할 필요는 없습니다. 전후처럼 미국으로부터 지원받을 때가 아니잖아요. 프랑스 봐요. 절대 영어 안씁니다. 영어로 말 걸면 대꾸를 안합니다. 미국애들이 우리나라 오면 걔들이 우리말 공부를 하게 해야 합니다. 우리도 한국말로 ‘안녕하십니까’ 정도라도 말 할 때 수용을 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러시아어도 배우고, 중국어도 배우고 해서 다원화해야지 끝까지 영어니까 주변나라에서 뭐라 그러겠습니까.

김익준=강의 듣는 큰 애한테 물어보니 한국 대학에서 교수들 영어는 영어가 아니고 ‘콩글리시’랍니다. 귀 버린다고 하더군요. 한국 관련 강의를 하는데 왜 영어로 번역을 해서 가르칩니까. 우리는 백날 해도 미국 대학 못따라갑니다. 교육부가 정신이 나갔어요. 각 대학에 돈을 지원하는데 영어강의 비율에 따라 지원합니다. 미국 유학파가 환상에 젖어서 이 나라를 버려놨어요.

최세현=전염이 돼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이젠 애 친구 대부분이 미국에 가있어요.

김익준=유행병이죠.

최세현=우리 애가 외국 나가기 전에 학교 선생님들께 밥을 사야겠다,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갔더니 여섯분 정도 와 있더라고요. 아주 잘 보낸다 그래요. 그 중에 2명이 애들 유학을 보냈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가려는 사람들 말려서 국내에서 공부시켜야 할 선생님들이 보내면 어떡하느냐” 했더니 선생님 말씀이 “제 아내도 교사인데 우리나라에 몇년도부터 몇차 교육제도 그러는데 그게 뭘 의미하고 애들한테 무슨 도움이 되는지 자기도 모르겠다고 하더라”고 말해요. 공교육 종사자들부터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신뢰가 안선다는 거예요.


또다른 얘긴데, 우리 딸애 학교친구 하나가 공부를 좀 못했어요. 그런데 아빠 닮아서 음악을 좀 잘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기타를 쳤는데, 김밥집하던 그집 부모들은 고민고민하다가 애를 호주로 유학보냈어요. 음악 전문학교가 있기 때문이죠. 우리나라에서 하면 엄청나게 레슨비가 들텐데 거긴 교육비에 다 포함돼 있다고 해요. 그걸 잘해서 오세아니아 전체 대회에서 1등했고, 미국 대학 입학허가를 받아 장학금 받고 들어갔다고 들었어요. 지금 그집 부부는 뉴질랜드에서 김밥 팔면서 애 뒷바라지 해요. 우리나라에 그 아이 있어봤자 ‘문제아’ 취급밖에 더 받았겠어요.

김익준=사실 미국 문과계통은 좋은 대학 나와봤자 일자리가 없어요. 그러니 도로 한국으로 턴해서 ‘하버드 출신이다. 영어 잘한다’밖에 내세울 게 없습니다. 걔네가 써먹는 건 공대 계통 기술자뿐이지요. 문과는 자기네 지도자를 양성하는 과정인데 한국에 돌아오면 그게 어마어마한 것이 돼요. 그러니 누가 안보내고 싶겠습니까. 김밥 팔아서라도 보내야지.

구영찬=조기유학이라는 네 글자를 놓고 실패냐 아니냐 하는 게 어폐가 있어요. 다 상대적인 것입니다. 여기가 너무 피곤하고 지옥이고 십몇년간을 그러니까 가서 좀 선진문화에서 공부도 해볼 기회를 주는 게 반 이상이지 조기유학 가서 대학입학에 실패했다, 그게 아닙니다.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 반면 예술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 겁니다. 대학을 못갔다고 해서 조기유학 가서 실패했다고 정의내릴 수는 없어요.

사회=몇년 전 뉴욕타임스가 ‘제 식구한테 손님대우 받는 기러기 아버지’에 관한 기사를 다뤘는데, 실제로 어떻습니까.

구영찬=그 부분(부모자식관계)은 포기했어요. 애가 성장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하지 한국 와서 살든 미국 가서 살든 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하든 기대감은 없습니다. 보내놓고 1년 정도가 힘들었어요. 한 4년 됐는데, 여러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 위해서 보냈으니까 그에 따른 결과를 수용해야지, 내가 못보니까 힘들다고 하는 건 과장이더라고요. 내가 아는 대부분 사람들은 언론에서 보여주는 ‘소주병 끼고 사는 기러기 아빠’ 생활 안합니다.

김익준=첫째 애는 아버지인 나를 과연 사랑할까 싶기도 해요. 가끔 보는 ‘손님’인데. 처음에는 반가워하더니 점점 크고 자기 생활 생기니까, 심지어 아내조차도 자기 생활이 생겨서 잠깐 왔다가는 손님처럼 대하더라고요. 고의로 그러는 건 아닌데 겉도는 느낌이 듭니다.

최세현=난 아직까지는 지낼 만해요. 교회 가서 아빠를 위해 기도도 같이 하고 그런다고 들었어요. 난 퇴근해서 집에 오면 아무도 없으니 할 일이 없어요. 텔레비전 리모컨 갖고 왔다갔다 채널만 바꾸죠. 주말되면 어떻게든 약속 만들어야 하는데, 안되면 소파 주변 반경 1m 안에서 하루종일 뒹굴뒹굴해요. 허리가 2인치 늘더라고요. 통상 집사람이 오면 처음 1주일은 굉장히 좋아요. 사람 사는 거 같고. 그러다 한두달 있으면 싸우고, 돌아가면 또 허전해집디다.

사회=조기유학 실패 걱정을 안하나요.

최세현=아내한테 리스크를 줄이려면 같이 가야 한다고 했어요. 혼자 가면 거의 탈선한다고요. 홈스테이가 많은데, 순전히 돈벌려고 하는 경우가 많아요. 10년 정도 하면 새집 비용이 빠진다고 그래요. 거기 교포들도 그리 잘해주지 않아요. 애 지옥에서 꺼낸다고 보냈는데 또 지옥으로 보냅니까. 그냥 내가 기러기 아빠 하고 말지.

김익준=여기서는 영어라도 배우라고 홈스테이 보내는데, 처우가 나빠도 한국 애들은 이상하게도 착해서 부모한테 아무 말도 못하고 냉가슴만 앓아요. 우리나라는 부실해도 급식이라도 있지, 미국은 그것도 없어요. 홈스테이 점심을 유학생들은 ‘3초 샌드위치’라고 해요. 빵 하나, 치즈 한장, 양상추 한장, 다시 빵 하나. 그걸 점심 때 앉아서 구겨먹고 있는 겁니다. 자기 자식을 청소년기에 왜 그렇게 불쌍한 인간으로 키웁니까.

구영찬=공부를 하려면 조금 나이가 돼야 합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간 애는 영어는 잘하는데 한국어를 못해요. 자꾸 까먹으니까 서머스쿨 때 거꾸로 한국어 교육을 받아요. 국적이 한국인데, 한국어도 잘하고 영어도 잘해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사회=조기유학 문제는 국내 고교평준화 해제 및 특목고 추가설립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김익준=우리나라 애들은 이런 교육환경에서 쇠고기 취급 당합니다. 1등급, 2등급….

최세현=대학교 들어가기까지 너무 애들을 혹사시켜요. 우리나라 입시 유아 때부터 시작입니다. 5살짜리 늦둥이가 있는데, 방학 때에만 한국에서 유치원에 다닙다. 그런데 놀이기구도 방안에 있고, 거의 하루 종일 공부시키더라고요. 그 어린 것을 공부시켜 뭐합니까. 노는 게 공부죠. 우리나라 학부모는 애들이 유치원에서 논다고 하면 아마 당장 다른 데로 옮길 것입니다. 전반적인 교육시스템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 아닙니까.

구영찬=자율성을 부여해서 대학이 입시기준을 결정하도록 해야 합니다. 1등이 서울대 못가도 5등은 갈 수 있도록 생활기록부랑 연계해서 입학사정관제를 정착시켜야 되지 않겠습니까. 명문고를 늘리기보다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도록 구조 자체를 바꿔줘야 됩니다. 교육이라는 게 학교와 부모 간에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져서 ‘얘는 공부는 아닌 것 같다, 음악쪽에 소질이 있다’ 이렇게 이뤄져야지, ‘얘는 몇점 나와서 3등급이다’ 이런 식으로 하면 됩니까?

최세현=미국은 학생 뽑을 때 성적 외에 과외활동도 봐요. 미국에서 우리나라 여학생이 SAT 만점 받고 전학년 올 A받았는데 아이비리그 여러 대학 넣어서 다 떨어졌다고 인종차별로 소송 거는 기사를 봤어요. 공부만 한 애들은 당연히 떨어집니다. 학교에서 공부 외에 학생회라든가, 자기 특기활동한 걸 중요시 여깁니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노는 것도 커리어가 되는 겁니다. 우리나라 대학에서 그런 과외활동으로 대학간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김익준=일단 내신부터 없애야 합니다. 내신을 점수화해서 애를 왜 잡아요. 그것만 없애도 떠나는 비율 확 떨어집니다. 고교평준화 하든 말든 큰 상관 없어요. 특목고 만들어도 조기유학 갈 사람 다 갑니다. 영어를 잘하고 못하고에 따른 일체의 특혜를 없애야 합니다. 공적 영역이든 사적 영역이든 공채를 표방하면서 영어 성적에 의해 결정하는 것은 아예 형사처벌해야 해요.

사회=요즘 고민은 뭡니까.

김익준=지금의 40~50대는 유례없이 쓸쓸한 노년을 보내는 세대가 될 것입니다. 있는 사람들은 있는 대로, 없는 사람들은 없는 대로 쓸쓸할 거예요. 있는 집의 잘 나가는 자녀들은 외국 나가 있어서 부모가 못봅니다. 임종이나 지켜볼까. 없는 집의 못나가는 자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체결 이후 노동시장이 급격히 유연화되면서 먹고살기 더 힘들어질 겁니다. 그러니 부모 봉양도 제대로 못할 테고.

최세현=그래도 조기유학은 잘 보낸 것 같아요.

김익준=대신 아빠는 ‘꽝’됐지. 화상으로 가족 메일 본다고 해도 직접 애 한번 안아보는 것만 하겠습니까.

〈정리|박영흠기자 mi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