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우랑가 회원방

[스크랩] 김치독의 한국기러기들...

Robin-Hugh 2012. 7. 20. 12:47

벌써 기러기생활을 몇 년째...

아마 불쌍한 기러기 중에서는, 말년 제대를 앞둔 말년병장에게 실실 비유 맞춰주는 인사계정도는 됐을 짬밥이다...

주변에 이제 갖 유학보낸 새끼 기러기들을 보노라면 쐬주 한잔 사주며 어깨를 토닥거려 주기도 했다,

왜냐하면 그들의 살아갈 앞날이 눈에 선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일년에 두어번씩 방문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일인지 아마 다른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비행기 티켓예매를 하는 순간부터 이미 마음은 벌써 타우랑가 마운트나 비치에 도착해있다.

 

바리바리 마눌과 애들이 필요한거 준비해서 가방을 꾸리다보면 항상 항공 무게가 초과되어 세번 네번 다시 무게를 점검하여 다시 짐을 싸곤한다.

 

타우랑가야말로 유학생들로서는 최고의 입지조건이라 생각한다.

애들이 항상 웃을 수 있는곳..

자연의 선물을 맘껏 느끼며 뛰놀며 어울릴수 있는곳....

나는 타우랑가가 너무 마음에든다..

이방인의 느낌을 가지지않는 듬직한 고향같은 느낌이랄까?...

 

암튼...

기러기 아빠들의 가장 큰 고생중의 한 가지는 하루 세끼 챙겨먹는 것이다.

점심이야 직장에서 먹겠지만 아침과 저녁은 아주 곤욕이다.

아침은 굶거나 빵과 우유로 때우고 저녁은 식당에서 사 먹는다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다.

지인들하고 저녁식사를 할 때면 밥값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저녁에 식당 한 켠에서 쭈구리고 앉아 혼자 밥 먹기는 왠지 내 자신의 초라함을 느껴 김치 한 가지에 집에서 만들어 먹는게 훨씬 맛있지만 참으로 번잡하여 햇반으로 때우기가 다반사다.

 

 

그런데..

 

.우리 어머니는 내가 밥을 매일 만들어서 먹는줄알고 가끔씩 김치를 한통씩 가져오신다.

김치만 있으면 밥을 먹을수 있다는 지론이시다.

 

.보름 전에는 처갓집에 잠깐 들렀는데 김장김치라 하시며 크게 한통을 담아 주셨다. 또한 장모님은 김치 관리하기 힘들거라며 적당한 크기로 썰어 주시기까지 하셨다..

 

.지난주에는 고향에 있는 친구집에 초대되어 방문하였는데 친구 와이프가 남편이 꼭 김치를 준비해 놓으랬다며 김치를 한통 담아준다.

 

.엊그제는 여동생이 “오빠 반찬없지?”라며 멸치대가리볶음과 김치한통을 가지고왔다

 

.또한 우리 집의 김치냉장고엔 지난번에 회사 직원이 가져다준 김치와 올 구정때 어머니집에서 가져온 김치가 가득이다.

우리나라 김치냉장고 성능이 너무 좋아서 엊그제 담은 그대로다.

 

그렇다해서 누구한테 나눠줄수도 없는 노릇이고 버릴수도 없지 않은가!!!

가끔 집에서 참치넣은 김치찌개를 여러번 먹을려고 한 냄비 끓여놓고보면 두 번째 먹을때면 이미 곰팡이가 퍼렇다.

도데체 우리 기러기는 김치만 먹고산다는 착각을 버려야한다.

우리도 네발달린 고기도 좋아하고.

비늘붙어있는 해산물도 좋아하는데...왜그리 김치만 주는지?

 

하지만, 나는 마누라가 건강하게 돈 잘 벌으라고 보내준 “오메가3.프로폴리스”가 제일 좋다

 

지금 순간 새로운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냉장고까지 포함해서 타우랑가로 보낼 궁리를 해 봐야겠다.

 

글구,빨리 마운트에 올라가서 고래잡이 할 계획을 세워야겠다

 

 

출처 : 뉴질랜드 타우랑가 이야기
글쓴이 : 비좀그치려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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