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이다.
일어나자 마자 책상에 걸터 앉고 간밤의 이메일과 게시글을 살펴보면서...
다음주 월요일부터는 한국에서 많은 가족들이 도착하니까 이번 주말은 아이들과, 가족들과 놀 어쩜 마지막 찬스!
오늘 열리는 화카타니 딸기 축제로 많은 가족들이 갈까?
갑자기 코로만델의 스내퍼 낚시 배가 생각이 난다. 2년전에 갔을 때 정말 좋았는데...
인터넷 예약 상황표를 보니 오늘 오후에 출항하는 보트 2대에 자리가 남아있다. 약 30여자리 가능할 듯.
아침 11시에 모여 출발, 천천히 점심 먹고 코로만델 구경하다가 오후 4시에 배를 타고 5시간 낚시하면서
멋지게 해 떨어지는 것 보고 다시 땅에 내리면 각 집마다 스내퍼 - 운좋으면 정말 큰 것들도 몇마리 - 10마리씩은 갖고 가겠지!
서둘러 카페에 <번개> 올리고 몇몇 아빠들이 계신 집으로 급하게 전화를 돌린다.
"파도가 없는 잔잔한 만에서 배 낚시니까 아이들, 엄마도 함께 가셔도 좋습니다."
전화 몇통에 20명이 훌쩍 넘는다.
사람도 찼으니 이젠 코로만델 낚시 보트회사에 전화.
"30분전에 어떤 단체 예약 들어와서 오늘은 꽉 찼습니다. 대신 일요일은 비어 있습니다"
잉... ????
이거 뭐야?
"인터넷 예약판엔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요?"
"30분전 예약이라 아직 업데이트 되지 않은 것입니다"ㅠㅠㅠㅠㅠ
다시 몇몇 가족들에게 전화를 돌린다.
"오늘 안된답니다. 그래도 11시에 만나 함께 놉시다!"
모두 반바지 차림에 낚시도구 챙기신 분들이 사무실 주차장에 모이니 차량은 4대.
와이히 비치로 향한다.
와이너리 와인 시음 -> 팬케이크 집 달짝지근한 팬케이크 한판씩!
새로 오신 가족들은 역시 이런 달짝지근한 팬케이크랑, 아이스 커피는 입맛이 안맞는 모양!
그리고 와이히 해변에 도착해서 아빠들은 갯바위 낚시터로 직행!
아이들은 새로 산 고무보트 놀이를 위해 파도로 달려간다.
"썰물 때인데 왠 파도가 이렇게 높은겨?"
낚시를 하다 높은 파도에 한 아버님 쓰러진다. 허걱... 저러다 파도에 휩쓸려가는겨?
"위로 올라와요~~~~~"
파도를 이기면서, 바위를 잡고 한참을 씨름하던 아빠... "아이구..춥다"
옷은 다 젖었고. 모자는 바다속으로 떠내려 가버리고 ... (바다에 쓰레기 투기하면 안되는데?)
싱커도 떨어지고... 물에 젖은 티셔츠로 추웠는데
해변으로 나오니 태양은 아직도 뜨겁다.
아이들은 오후내내 그 고무보트 하나로 몇시간을 물속에서 그대로 놀고 있고. (부르지 않으면 물에서 안나온다!)
한 키위 할아버지. 수영하면서 투아투아 조개를 주워다 우리한테 "낚시 미끼"로 쓰라며 선물로 듬뿍 주신다.
일행 모두가 고맙다고 인사.
어... 다시 또 그 할아버지 오신다.
미끼 말고 직접 먹어도 되는데 절대로 내장을 먹으면 안된다고 강조!
직접 시범도 보인다.
조개 두개를 부딪혀 조개 껍데기를 부신 뒤 "여기가 내장이고, 여기가 조갯살이니까... 여긴 걍 버려버리고
여기 예쁜 살만 먹으면 - 일단 끓이면 조개가 입을 벌리게 되니까, 게다가 여러분들 위장도 튼튼하니까 -
독성 걱정 없이 이 조갯살은 먹을 수 있는거요"
장정 4명이 잡은 것은 고작 놀래미 같은 중간치 3마리. 그것도 아까 저 앞에서 파도와 한참 싸우면서 잡은 것들!
제일 큰 놈을 즉석에서 생선회를 떠보니 고작 4-5점 간신히 나온다!
"한집 매운탕 꺼리는 되겠네요..ㅎㅎ"
노리는 것은 이런 물고기가 아닌데... ㅠㅠ
"다른 곳으로 한번 더 가봅시다"
"좋죠!!!!!!!!!!"
카티카티로 돌아와서 Fish and chips 사서 공원에서 얼른 사먹고... (사먹는 생선 맛은 정말 별로다!)
카우리 포인트로 다시 진입.
"엉? 왜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겨?"
밀물시간도 아닌데 벌써 꽉차있다. 그 안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밖에서 어물쩡어물쩡...
낚시줄은 다른 사람들과 엉키고, 설키고... 낚시꾼으로서의 체면과 꼴이 말이 안된다.
바람도 불고, 아이들은 춥다고...
게다가 $4짜리 마지막 남은 자존심 6온스 싱커도 바다로 날라가버렸다.
옆에 있던 마오리 꾼. 진짜 멀리까지 캐스팅 하는 것을 보고... 로빈이가 하는 말
"아빠는 저렇게 안되니까... 너무 세게 던지지 마요"
"나도 자존심이 있지.."
있는 힘껏 멀리 던졌는데... 그만 그 싱커(뽕돌)가 낚시줄에서 끊어지면서 바닷물에 퐁당!
"아빠.. 그러게 세게 던지지 말라고 했잖아요~~~~ㅠㅠ"
허망허망... 어디선가 들려오는 반가운 소리!
"걍~ 철수합시다"
주차장으로 돌아와 정리 중.
동네 키위 사람들이 모여서 맥주병 하나씩 들고 한창 조업 준비중이다.
"빵~~~~"
이거 뭐요..?
대포 같은 것을 플라스틱 파이프로 만들었는데... 레몬을 그 안에 넣고, 스프레이 조금 뿌려넣고
하늘에 대고 쏘았더니 (귀 막으라는 경고까지 친절하게 주신다!)...
하늘로 100미터 이상을 레몬이 올라간다!
"우와...."
머하는거냐고 물어보니... 낚시줄을 여기에 묶어서 먼 바다로 쏜다는 것!
그 꾼들 차 트렁크를 보니까 롱라인 낚시줄이 보인다. 낚시바늘만 무려 25개가 한줄에 달려 있다.
"저건 생계를 위한 낚시야, 레저가 아냐! &&&^^**%% ~~~~"
대단하다.
카우리포인트에서 킹피시 잡는 키위들 많이 봤지만 저런 사제 대포까지 만들어서 물고기를 잡다니..
우리가 이런 사람들 틈에서 어찌 명함을 내밀 수 있단 말인가?
카티카티 강가에 도착 - "장어가 있는지 한번 던져보실래요?"
날은 저물어가고, 추워지고... "얼른 챙겨라. 집에 가자... "
"집에 가서 쐐주나 와인 한잔?" 즉석 제안에 다시 우르르 차가 달린다.
가는 길에 카운트다운에서 너구리,신라면을 사서 챙기고.
또 몇 시간을 그 깔끔한 집에서 와인,소주.샴페인 한잔씩 하며 정신없이 오락가락한 하루를 정리한다.
집에 돌아오니 밤11시40분.
서둘어 대충 샤워를 할려고 하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내일 오전에 BMX 자전거부터 타고, 시간되면 낚시 좀 하고... 그리고 오후 4시부터는 골프장! OK??? OK???"
이렇게 뉴질랜드의 "꼴낙꼴낙" 인생 중 하루가 갔다.
*너무 바빠서 사진 한장 못 남겼습니다.
아래 사진은 그래서 몇년전 자료사진.
여기서 파도와 사투하던 아빠 사진을 남겨놨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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