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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 프리즘> '영어라는 우상' 중에서

Robin-Hugh 2010. 5. 12. 10:03

<리영희 프리즘>이란 책을 보다, 우리 영어 교육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글을 만났습니다.

 

"영어라는 우상"

 

500단어의 유창한 영어 실력 -

영어실력이 곧 사회적 성공의 보증수표처럼 여겨지는 시대다. 그런데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영어 식민주주의'라는 말까지 나오는 한국 사회에서 이런 질문은 사실 어리석은 질문에 가깝고 게다가 답하기도 쉽지 않다.

오렌지를 '아린쥐'라고 미국인처럼 유창하게 발음한다고 영어를 잘하는 것일까? 입장을 바꿔 알맹이 없이 유창한 한국어 발음으로 떠들면 한국어 잘하는 외국인이 될까?

 

불과 500단어로 원어민 발음에 가깝게 유창한 영어 회화 실력을 구사하는 스페인 친구가 있었지만,,, 그와 알맹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 힘들었다. 반면 프랑스 주재 아랍 외교관은 발음과 문법에 서툴렀지만 영국 유명 정치인들과 언론인들도 그를 제대로 한번 이겨내지 못했다. 그 영어실력의 요체는 바로 풍부한 어휘력, 그리고 적절한 표현으로 조직해내는 사고력이었다.

 

이런 비교를 통해 "영어실력'을 어떻게 배양할 것인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분명한것은 'you know'  'I mean'으로 인터뷰 절반을 채우는 영국의 유명 권투선수의 유창한 영어실력보다 아랍 외교관의 '사고력'이 중요하다. , 500단어의 유창한 관광영어 수준이 아니라 "풍부한 어휘력, 그리고 적절한 표현으로 조직해내는 사고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자신감도 필요하다.

 

영어 몰입 교육의 백일몽 - 

영어가 모국어나, 최소한 공용어로 쓰지 않는 국가에서 영어 몰입 교육은 힘들다. 몰입 수업의 적정 인원은 한 반 5-6명으로 해야 된다는 영어 교육 통계 자료가 우리 한국 현실에서 힘들다.

영어 수업시간도 늘려야 된다. 언어의 숙달은 얼마나 집중적으로 해당 언어에 노출되는가에 달려 있다.

 

게다가 요즘 영어 교사가 되길 원하는 대학생들조차 영미 문학, 문화 강의보다는 오로지 영어 문제 풀이에 골몰하고, 영어 교육 이론만 달달 외워가며 임용교사를 준비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는지 물어봐야 한다.

 

영어 울렁증과 실용 영어 -

영어는 개인적, 실용적 목표로 접근해야 된다. 영어와 한국어는 언어학적으로 가장 거리가 멀며, 그만큼 상대방의 언어를 배우기가 어렵다고 한다. 따라서 한국인들 모두에게 '관광 영어'수준을 넘는 영어를 요구하는 것은 '영어 울렁증'만 양산하게 된다. 영어를 못하면 불안하고 뒤쳐지는 것 같고, 성공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을 이용하는 상업적 자본주의도 한몫하고 있다.

 

미국 대학에 진학한 한국 유학생들의 절반 가량이 중도 탈락한다는 기사를 볼 때 유창한 영어 발음이 문제가 아니라, 이 발음을 받쳐주는 깊이 있는 지식과 교양, 비판적이고 포괄적인 사고력으로, 독창적인 영어 글쓰기가 가능해야 된다.  텍스트를 제대로 읽고 분석하고 평가하는 능력은 키워야 한다.

 

영어는 한국인에게 외국어다.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개인이 영어를 사용하는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이지, 그들과 같은 발음, 어법, 관용구, 욕을 하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 개인 생활, 임무에 필요한 만큼의 영어 실력을 목적으로 할 때 그 에 맞는 개인별 학습 방법도 구체화 된다.

 

 영어공부의 본령 -

리영희의  영어 공부를  통해 실용 영어를 한계를 넘어선 제대로 된 영어 공부의 본령을 확인해볼 수 있다. 듣기와 말하기에 대해서는 우리 주위에 영어 공부를 위한 자료나 매체가 넘친다. 요는 언어를 배워야 한다는 절박함과 그에 따른 노력이다. 상황에 따라 필요한 영어는 다르겠지만 무엇보다 영어에 노출되는 것이 중요하며, 말하기보다 듣기가 더 중요하다. 좋은 영어 문장을 많이 들으면 그것을 배워서 따라 말할 수 있다. 인터넷 방송,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www.npr.org)   다양한 미디어 매체를 활용하길 추천한다.

 

말하기의 핵심은 유려한 발음에 있지 않다. 굳이 말하자면 발음에 신경을 쓰기 보다는 강세(악센트)에 신경을 쓰는 것이 훨씬 낫다.  아울러 전달하는 내용이 중요하다. 말하는 내용이 신선하고, 사유를 자극하면 그들은 귀 기울여 듣는다. 그리고 영어로 내가 말하고 싶은 내용을 조리있게 말할 수 있으려면 어눌한 발음에도 지레 겁먹지 말고 적극적으로 말해야 된다. 영어 울렁증의 좋은 치료제는 어떤 경우에도 주눅들지 않는 적극성(aggressiveness) .

 

리영희의 영어 공부 -

리영희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영어.일어,중국어,프랑스어는 읽기, 쓰기, 말하기를 다 할 수 있고, 영어.일어는 현지에 가서도 거의 자유롭게 구사는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그의 회상에 따르면 영어를 배울 때 그는 주로 영어작품들을 탐독했다. 지하실에 개설된 도서관에 상당한 분량의 도서가 들어와, 문화와 교양에 메말렀던 나의 생활이 큰 낙이 되어 주었다. 영문학의 명작들을 접한 것이 이때부터다.

 

, 좋은 글을 읽는 것이 언어 공부의 요체다. 좋은 글을 읽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고, 좋은 표현을 들어야 그런 표현을 유려한 말이나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읽기와 듣기가 쓰기와 말하기의 토대다.

 

고전 문학작품은 그 해당언어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표현이 담긴 텍스트로 고급 영어를 익히는 첩경인 셈이다.

통상 영어 공부에서 제일 중요한 영역이 글쓰기다. 좋은 글을 읽고 표현을 익혀야만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영어실력도 중요하지만 글쓰기에 드러나는 태도와 정신도 중요하다.

 

또한 좋은 글을 읽는다고 저절로 되지 않는다. 자신이 읽는 좋은 글쓰기의 느낌, 문체. 질감을 눈이나 머리가 아닌 몸으로 익혀야 한다. 그런 글들을 베껴 써야 한다.  좋은 선배 작가의 작품을 손으로 100번이나 필사한 적이 있다고 한다.  좋은 영어 표현을 보면 항상 메모하고 반복해서 연습하고 익혀야 한다. 오직 부단한 노력만이 좋은 글쓰기를 낳는다.

 

영어를 왜 공부하는가

각고의 노력으로 외국어를 배운 리영희가 영어를 배운 목적은 영문학 작품을 찾아 읽으면서 서구 문화의 모습을 동시에 학습하고자 했다.   왜 영어를 배우는가?, 왜 유창한 영어를 해야 하는가? 그에게 영어는 진실을 추구하는 지식인으로 글을 쓰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었다. 세계를 조망하는 창을 더 많이 확보한다는 뜻이다. 그는 그렇게 전세계를 향한 열린 외국어의 창을 확보했고, 그 창들을 통해 무엇을 봐야 할지를 명확히 알고 있었다. 그에게 영어 공부의 정신이었다.  

 - 오길영 충남대 영문과 교수

 

 

이외에도 좋은 글, 생각으로 꽉찬 책입니다.  강추!

 

리영희 프리즘   (우리 시대의 교양) 
 

 

서문: 리영희를 다시 불러내는 이유 - 홍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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